유족들 미쓰비시 상대 1억씩 청구
광주지법 “배상 거부-물가 등 감안”
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 위자료 산정금액을 직권으로 4배가량 늘려 판결했다.
광주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정영호)는 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9명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옛 미쓰비시 광업)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14명에 대해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숨진 피해자 19명은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일본 후쿠오카현, 홋카이도 등 일본 6개 지역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했고, 그 유족들이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 금액을 통상의 다른 강제동원 위자료(1억 원)의 4배인 4억 원으로 책정했다. 원고 측은 사망자 1인 기준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금액을 4억 원으로 늘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일제 강제동원 소송에서 생존 피해자 위자료는 최고 1억5000만 원, 유족 위자료는 최고 1억 원 안팎이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 광업(피고)이 오랫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배상을 완강히 거부해 온 것을 고려했다”며 “유사한 강제징용 사건 판결 손해배상액과의 형평을 고려하고 오랫동안 세월이 흘러 물가와 국민 소득 수준이 크게 상승한 상황 등을 감안해 위자료 금액을 피해자별로 4억 원으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소멸시효 경과로 위자료를 인정받지 못한 일부 유족들을 배려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 측의 항소가 예상된다.
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이례적인 위자료 증액 판결을 반겼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이 일본 군국주의 등으로 피해를 입었고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모든 곳에서 외면받아 온 유족들의 상심을 정서적으로 위로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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