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장 “오리역 주변에 이주주택”
국토부-성남시 “계획 없어” 반박
전문가 “이주대책 마련 속도내야”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 선도지구 발표가 임박했습니다. 사업 성패를 가를 여러 과제 중 ‘이주 대책’을 빼놓을 순 없습니다. 곧 발표될 선도지구 물량만 최대 3만9000채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기간 동안 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거주지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전세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이주 대책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놨어도 부족할 시점에 담당 부처와 시행 기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한준 LH 사장이 21일 출입 기자간담회 때 한 발언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 사장은 “LH 오리 사옥, 성남농수산종합유통센터 부지 등 분당선 오리역 역세권에 이주 주택이 들어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2일 아침 LH는 급히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된 이주 단지나 이주 주택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사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국토부와 성남시 관계자도 “오리역세권 개발 구상에 이주 단지는 없었다”며 “이미 논의가 됐는데 왜 갑자기 이주 단지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논의가 됐다는 건 앞서 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LH 오리 사옥에서 열린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의 오리역 통합개발 세미나 얘기입니다. 이날 세미나에선 오리역세권 고밀복합개발 사업 계획이 논의됐는데 이주 단지로 활용한다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당시 박상우 국토부 장관, 신상진 성남시장과 함께 LH 관계자들도 참여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엇박자’가 나는 것을 보면 이주 대책을 제대로 논의하고 있긴 한 건지 궁금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주 대책 구체화 작업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제때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신축 분양 단지를 활용한 이주 수요 분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재건축 속도전이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주변 전셋값만 밀어올린다면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정부 목표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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