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中企 화장품 수출 역대 최대
진입장벽 낮고 위탁생산도 용이해
진입자 수 갑자기 늘며 과열 우려도
“갑자기 사라지는 업체 수백곳 될것”
K뷰티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신사업 확장을 노리는 이종기업들이 뷰티 산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뷰티 산업은 수출이 용이한 데다 진입 장벽이 낮고 국내에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반이 잘 구축된 특성 때문에 여러 기업의 신사업 진출 각축장이 되고 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맥주 냉각기 제조·유통 등을 담당하는 하이트진로그룹의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지난달 사모펀드(PEF)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한 국내 화장품 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뷰티 진출을 통해 내수에 치우친 주류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력으로 하는 한세예스24그룹도 뷰티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한세예스24그룹의 자회사인 한세엠케이 임동환 대표는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 간담회에서 “스킨케어 제품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브랜드 도입과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진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직접 제조시설을 확충해 뷰티 산업에 뛰어들었다. 필기구로 유명한 모나미는 2022년 경기 용인시에 색조화장품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자회사로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하고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다. 주력인 필기구 사업이 사양세로 접어들며 필기구 색깔 제조 역량을 색조 화장품 제조에 쏟아붓겠다는 포부다.
이들 기업이 기존 사업과 무관한 뷰티로 진출한 배경으로는 뷰티 산업의 성장세가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33억 달러(약 4조608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성장,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매출은 61.5% 증가하며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국 1위에 올랐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국내 대표 ODM 기업들이 K뷰티 후방 지원군 역할을 하는 것도 기업들의 K뷰티 진출 요인 중 하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어만 좋으면 몇 달 안 되는 기간 만에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마케팅 전략을 잘 짜면 수출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의 ‘뷰티 러시’가 이어지며 국내 뷰티 시장은 확장세에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3년 2884개이던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수는 2021년 2만2716개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제조업체 수는 1535개에서 4428개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진입자 수가 갑자기 늘면서 국내 뷰티 산업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뷰티 업체가 수백 곳은 될 것”이라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진출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생활산업과 교수는 “뷰티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브랜드가 중요한 뷰티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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