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만 대화 목표와 세부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혀 비핵화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측 복수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정권 인수팀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구축된 관계를 바탕으로 직접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김 위원장과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후 직접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발신하는 ‘친서(親書) 외교’를 재개하는 등 정상 간 소통을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재임 당시 (김 위원장과) 모욕을 주고받은 뒤 전례 없는 외교적 노력으로 ‘아름다운 편지’라고 부른 친서를 교환하며 개인적 관계를 구축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북-미 정상 대화 복원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다만 북-미 직접 대화 재개의 목표는 ‘기본적인 관여’ 복원으로 추가적인 정책 목표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고강도 도발 우려에 1,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였던 한반도 비핵화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춰 일단 대화를 복원하는 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북-미 간 직접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정부 고위 소식통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를 건너뛰고 북-미가 협상판에 앉는 건 상상하기 힘들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그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핵 군축, 핵 동결 등을 전제로 윤석열 정부를 패싱하고 김 위원장과 협상판에 앉는다면 비핵화를 북핵 대응 기조로 내세운 우리 정부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남북 단절을 선언한 김 위원장의 ‘통미봉남’에 말려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핵무기 가진 김정은과 잘 지내야”… ‘先대화 後협상’ 기조
[다시 고개든 北美 대화론] 트럼프-김정은 ‘브로맨스’ 재연 가능성 트럼프 “김정은도 날 그리워할 것”… 전면 중단된 北-美 관계 복원 시사 北 ‘러 파병’ 이어 핵실험 우려 고조 트럼프 2기, 한반도 긴장완화 주력… 비핵화 협상은 후순위 밀릴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 간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우정)’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면 중단된 북-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트럼프 1기 북-미 외교의 핵심이었던 ‘톱다운(Top down·하향식)’ 대화가 복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북-러 안보 밀착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도전 과제로 떠오른 데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일촉즉발로 고조되는 것을 막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2기 외교안보팀의 핵심 인사들이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 두 정상 간 대화가 재개돼도 비핵화 협상이 뒷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했다. 올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는 “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해외 정상은 김 위원장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뿐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도 로이터통신에 “경험상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적인 관여에 훨씬 더 열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화가 다시 열리면 관계 개선과 김정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앞서 먼저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대북정책은 일단 ‘선(先) 대화 재개-후(後) 협상’ 기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시설 신고와 동결, 제재 완화 등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 사전 단계로 이뤄져 온 북-미 간 신뢰 구축 조치에 대한 협상을 일단 뒤로 미루고 대화 자체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북-미 정상 대화에 앞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한국의 대북특사단 방북을 통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중단) 선언,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전격 석방 등 사전 신뢰 구축 조치가 먼저 이뤄졌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은 제1,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두 사전 실무협상을 거쳐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나자 소셜미디어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해 같은 해 6월 판문점 회동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당시 회동이 구체적인 비핵화 협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북-미 정상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시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북-러 밀착과 한반도 긴장 고조 속에 트럼프 당선인이 움직이지 않고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할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가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의 협력으로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한미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데 치중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북한과의 직접 대화 재개 등 외교적 접근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인한 공화당 ‘정강·정책’에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됐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팀의 ‘투톱’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모두 북핵 비핵화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21일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협상에 나설 뜻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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