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소총과 최신예 장비로 무장한 계엄군 앞에 선 국회 직원들과 시민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국회 입구를 틀어막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지 두 시간이 지난 4일 오전 12시 30분. 국회 본관 입구는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과 이들을 막는 시민들이 뒤섞여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맨몸의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계엄군을 막기 시작했다. 계엄군 중 일부가 방탄 방패로 국회 직원들을 밀치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더 큰 충돌로 격화될 것을 우려한 양측 인원들의 만류로 이내 고조된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기도 했다.
계엄군 중 일부가 국민의힘 사무실이 몰려있는 동쪽으로 이동해 창문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현장은 다시 술렁였다. 이미 국회 내부에 진입한 계엄군 병력은 본관 2층 통로를 따라 본회의장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은 곧 국회 직원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에 발이 묶여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좁은 길목에 발이 묶였다. 소파·책상 등을 쌓아 급조한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국회 직원들과 계엄군의 대치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침묵을 깬 것은 한 국회 직원의 외침이었다. 검은 양복 차림의 국회 직원은 “방금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라며 “당신들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모두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큰 소리로 경고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우물쭈물하던 계엄군 병력은 이내 본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계엄군은 전의를 상실한 듯 침울한 표정으로 국회 밖으로 철수를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는 동아일보 카메라를 포착하자 “찍으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계엄군은 충돌 없이 국회 본관을 나와 정문으로 걷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걸으며 국회를 빠져나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동자가 늘어날 때마다 계엄군의 고개는 땅바닥으로 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렇게 155분 만에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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