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아동권리 보장’ 보고서
도박-마약 등 유해 콘텐츠 확산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 시급
정책토론회 열고 인식 개선 촉구
중학교 2학년생인 김민지(가명·14) 양은 최근 매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몸이 합성된 선정적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 양은 고민 끝에 학교에 알린 뒤 경찰에 사이버폭력 피해 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로 밝혀졌고, 충격을 받은 김 양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과 청소년은 2019년 444명에서 2022년 1175명으로 늘었다. 3년 만에 피해자 수가 3배가량이 된 것이다. 이렇듯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최근 아동이 안전한 온라인 환경 조성을 위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재홍 초록우산 아동옹호본부 과장은 “성범죄와 도박뿐 아니라 불법 마약 유통, 유해 콘텐츠 확산 등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범죄와 위협은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고 각 범죄의 발생 건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은 보고서에서 올 11월 16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한 호주와 교내 학생들의 데이터 접속 제한 등이 담긴 법안이 발의된 영국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범죄를 막기 위한 기술 구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동·청소년의 ‘온라인 세이프티(안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 수준을 높이고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지난달 진행했다.
초록우산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범죄를 막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방’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여준 뒤 관련 법 및 제도 마련을 위한 서명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초록우산은 캠페인을 통해 모은 국민 서명을 국회 및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도박, 마약, 사이버 폭력 실태를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며 아동에게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정책토론에 참여한 초록우산 아동권리옹호단 정서우 군(13)은 “저희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며 “온라인과 디지털 기기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아동과 청소년이 그 안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해외에서도 SNS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몇몇 플랫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온라인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함께 온라인 범죄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민적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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