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데이터센터 ‘열 식히기’ 각축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0일 03시 00분


AI시대 건설업 신사업 부상… 2027년 8조 원 시장 전망
삼성물산, 액침냉각 기술 개발… 현대건설, 자연에너지로 식혀
GS건설, 직접 부지 개발-운영… DL이앤씨, 지주사가 전폭 지원
대우-포스코-㈜한화도 경쟁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는 GS건설이 1월 준공한 지하 3층∼지상 9층, 82m 높이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들어섰다. 연면적 3만3710m², 40메가와트(MW) 용량 규모다. 1개 층 높이는 6.5m를 넘고 10만 대 이상 서버를 수용할 수 있어 ‘하이퍼 스케일’로 분류된다. GS건설 측은 “온도, 습도 등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 서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향후 개발, 시공, 운영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 전문성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시장이 국내 건설업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정보기술(IT)이 고도화되며 단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부문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직접 용지 개발, 운영 등에도 뛰어들었다.

● 바람, 특수용액으로 서버 발열 잡아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앞세워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서버를 가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액침 냉각은 데이터 서버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특수 용액에 통째로 넣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제공
액침 냉각은 데이터 서버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특수 용액에 통째로 넣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버를 직접 40도 수준의 액체 냉매에 담가 가동하는 액침 냉각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서버실 전체를 식히기 위해 대형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돼 소음 수준이 헬리콥터 수준(100dB)에서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은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물산 측은 “진동, 먼지 등을 차단해 서버 기대 수명은 약 30%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준공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하이브리드 냉방시스템을 도입했다. 차가운 자연 공기를 활용해 서버실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단 황사, 꽃가루, 미세먼지 등이 많은 시기나 온도, 습도가 높은 시기엔 사용하지 않는다. 서버에서 나오는 배기열은 사계절 온수 공급과 겨울철 도로가 얼어붙는 것을 막는 데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현대건설 측은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개발해 전력 효율 지수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고 했다.

● 단순 시공 넘어 부지 개발, 운영까지

GS건설이 올해 1월 준공한 경기 안양시 호계동 ‘에포크 안양센터’ 전경. 약 3km 거리에 있는 변전소 2개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비상 상황 대처 능력을 높였다. GS건설 제공
GS건설이 올해 1월 준공한 경기 안양시 호계동 ‘에포크 안양센터’ 전경. 약 3km 거리에 있는 변전소 2개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비상 상황 대처 능력을 높였다. GS건설 제공
데이터센터 시공을 넘어 부지 선정,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뛰어드는 건설사도 생겼다. GS건설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연면적 1만6945m²,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자회사 마그나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맡았다. 11월 착공해 2026년 8월 준공이 목표다. GS건설 측은 “센터 운영으로 관련 기업이 유입되고 지방세가 늘어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월부터 서울 금천구에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 데이터센터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대림이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호주 DCI데이터센터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DL그룹 관계자는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인 임대차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내년 1월 서울 서초구에 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3만714m² 규모 데이터센터 준공을 앞뒀다. 첫 준공 실적으로 서울 내에 입지해 경쟁력을 갖췄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에 지하 3층∼지상 7층, 연면적 2만1970m² 규모 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 규모 7.0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바닥인 슬래브에 설치해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는 부재)에 특허기술 ‘포스 에이치’를 적용했다.

데이터센터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해 소통을 강화한 곳도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9월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준공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운영동을 보안이 중요한 전산동과 별도로 분리 조성해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AI, 자율주행 등 IT가 발달하고 이용자가 서버를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편화하면서 데이터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는 10만 대 이상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 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2년 374억 달러에서 2032년 3485억 달러로 매년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 원에서 2027년 8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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