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웅장해진 무대-음악-연기… 더 화끈해진 ‘낭만 검객’ 시라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0일 03시 00분


뮤지컬 ‘시라노’ 시즌3 내년 2월23일까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비서 영감 받기도
류정한 프로듀서 “어지러운 세상, 용기 선사”

뮤지컬 ‘시라노’는 스페인 고전문학 ‘돈키호테’에 비견되는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혼란스러운 17세기 프랑스에서 “세상이 나를 짓밟아도 저 달 따라 콧대 높이 쳐들고” 전진하는 순수하고 용맹한 영웅 시라노의 헌신과 순애보를 그린다. RG컴퍼니, CJ ENM 제공
눈부신 달빛, 새빨간 장미. 결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는 ‘낭만 호걸’ 시라노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거인 앞에 당당히 콧대 세우고 낮은 자에게 무릎 꿇는 그 모습 그대로, 서사는 묵직해지고 애수는 더욱 깊어졌다.

6일 개막한 뮤지컬 ‘시라노’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넘버, 등장인물, 무대 등 작품 전반을 대폭 수정해 돌아온 것.

공연은 위선과 폭력이 만연하던 17세기 프랑스,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며 “얼룩 한 점 없는 영혼”으로 산 시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고의 검객이자 익살맞은 시인이지만 괴상한 코를 가진 탓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선 한없이 위축된다. 19세기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 RG컴퍼니와 CJ ENM이 공동 제작했다.

주인공 시라노(가운데)는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영웅이지만 커다란 코 때문에 사랑을 숨기고 편지 대필로 마음을 대신 전한다. RG컴퍼니, CJ ENM 제공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 시라노 역은 배우 최재림, 조형균, 고은성이 돌아가면서 연기한다. 초연, 재연에서 출연과 제작을 겸한 28년 차 ‘원조’ 뮤지컬 배우이자 RG컴퍼니 대표인 류정한은 이번 시즌 프로듀서 역할에만 매진한다. 18일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는 “영혼 바쳐 사랑한 유일한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언제나 용기를 준다”면서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더 훌륭한 배우들이 많기에 출연은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시라노를 빗대자면 최재림은 든든한 친구, 고은성은 귀여운 애인 같다. 조형균은 안아주고 싶은 시라노”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넘버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에 참여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총 3개의 넘버를 새롭게 작곡했다. 오프닝 넘버 ‘연극을 시작해’는 각 등장인물의 배경과 당대 사회상을 더욱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이른바 ‘삐리빠라송’으로 불리며 B급 감성을 풍기던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는 한결 차분해졌다. 류 프로듀서는 “1막 ‘발코니 신’ 전까지 지나치게 길고 설명적이었다고 느꼈다. 오프닝 곡의 구체성을 보완해 초반 스피드를 높였다”고 했다. 이어 “‘달에서 떨어진 나’는 시라노의 어릴 적 아픔을 부각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시라노의 상징물이자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는 달 조형물은 초연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은 밝고도 애처로운 시라노의 영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체다. 류 프로듀서는 “재연 때는 극장 조건으로 인해 달 모형을 불가피하게 영상으로 대체했으나 질감, 색감이 전부 아쉬웠다”며 “이번 시즌 달의 의미를 강화했다. 시라노가 등장할 때 초승달 조명이 무대 바닥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무대세트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펼쳐진다. 종이가 겹겹이 쌓인 액자 속, 빛바랜 색감의 영상이 수놓이면서 극 중 배경을 낭만적으로 구현한다.

등장인물은 원작을 토대로 더욱 명료하고 개성 있게 거듭났다. 록산의 경우 아버지가 왕궁 검술사였다는 사실 등을 추가하고, 일부 장면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음으로써 주체성을 높였다. 록산 역 출연진은 무술 레슨을 통해 칼 잡는 자세도 바로잡았다. 1막에서 다소 가볍게 비치던 록산의 연인 크리스티앙에게는 진지함을 더해 2막과의 연결성을 높였다. 류 프로듀서는 “원작에 관련된 자료라면 가리지 않고 샅샅이 공부했다. 시라노에게는 붉고 긴 재킷을 입혀 열정과 헌신,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부여했다”며 “관객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울고 웃으며 ‘시라노’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뮤지컬#시라노#류정한 프로듀서#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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