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장기 저성장의 덫’ 암울한 경고
경제 혁신 없고 생산인구 감소한 탓
기술-창업 지원으로 생산성 올리고
노동정책 개선해 여성 참여 늘려야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감소로 인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부터 5년간 연평균 1.8%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혁신 기술 개발이나 노동 정책 개선 등 별다른 조치 없이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 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장기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암울한 경고가 제시된 것이다.
● “혁신 부족-인구 감소로 성장률 둔화”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2025∼2029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1.8% 수준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한다. 즉,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2000년대 초반 5% 안팎이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연평균 3%대 초중반, 2016∼2020년 2%대 중반을 거쳐 최근 2%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산됐다. 또 현재 추세가 변화 없이 이어질 경우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 등으로 계속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우리 경제의 혁신 부족과 자원 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그 가운데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노동 및 자본 투입 기여도가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 “기술 개발-제도 변화로 둔화 속도 늦출 수 있어”
다만 한은은 경제 구조 개혁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 둔화 추세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혁신 기술 개발과 노동정책 개선, 수도권 집중 완화 등 제도 변화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일 경우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을 현재 전망보다 0.7%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및 자본 투입 외에 기술 혁신이나 제도 변화, 노사 관계 등이 생산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은에 따르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창업 지원은 혁신의 질을 높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은은 돌봄서비스 등 노동정책 개선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행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룰 경우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 밖에 일·가정 양립 정책 등을 통해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회복되는 시나리오에선 잠재성장률이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시장 여건 개선으로 여성 및 고령층의 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역시 0.1%포인트 상승 효과가 예상됐다.
배 실장은 “잠재성장률은 주어진 여건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통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도입,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가 성장 잠재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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