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연설서 이스라엘 이례적 비판
하루 전 이 공습에 아동 7명 숨져
이 “이중 잣대-차별 멈춰야” 반박
“이것은 전쟁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것은 ‘잔학(殘虐) 행위’일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연례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잔학 행위라 부르며 강력 비판했다. 세계 14억 명의 신자를 이끄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평화와 화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성탄절을 맞아 특정 국가를 작심 비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연설에서 “어제 아이들이 또 폭격을 당했다”며 “이는 잔학 행위이지, 전쟁이 아니다. 마음에 와닿기 때문에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설 하루 전인 20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등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7명 등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황은 또 연설에서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이 가자지구 신자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전날 공습 때문에 입국이 거부됐다”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교황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대테러 전쟁의 실제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대 국가와 그 국민들에 대한 이중 잣대와 차별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교황과 이스라엘이 날을 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교황은 지난달 출간한 책에서도 “현재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집단 학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스라엘은 아이들 뒤에 숨어 어린이를 살해하고 100명의 인질을 붙잡고 학대하는 하마스와 상대하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교황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대응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탄절 연설에서 성직자들의 처신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교황은 “가십(험담)은 사회생활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악”이라며 추기경을 포함한 성직자들에게 ‘겸손한 삶’을 살아가길 주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