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저승사자 ‘블랙아이스’, AI로 예측해 염수 뿌려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3일 03시 00분


[M-Tech와 함께 안전운전] 〈19〉 도로公 ‘블랙아이스 AI 관리’ 현장
고정-이동 관측소서 기상 정보 수집… AI가 살얼음 위험 미리 알려줘
30분 간격 염수 분사해 사고 예방… “교부금 확대해 지방도 시설 확충을”

지난달 27일 오후 5시 49분경 대설특보가 내려진 강원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의 한 국도에서 차량 53대가 잇달아 추돌해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도로 결빙 현상인 ‘블랙아이스’가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판단했다. X 캡처
지난달 27일 강원 원주시 호저면의 한 도로에서 52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1명이 다쳤다. 당시 원주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이달 2일 경기 안성시 두교교 인근 국도에서 차량 18대가 연쇄 추돌했다. 3.5t 화물차 운전자가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두 사고의 원인으로 블랙아이스를 지목했다. 블랙아이스는 눈 또는 비가 아스팔트 틈새에 스며들었다가 밤새 기온이 내려가 얼어붙으며 생긴다. 블랙아이스 위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못하고 연쇄 추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 대형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저승사자’로도 불린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3944건이었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2.41명으로, 도로가 얼지 않았을 때의 치사율(1.41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 치사율 높은 블랙아이스, AI로 막는다

4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중앙재난상황실. 초대형 스크린에 뜬 지도에는 고속도로 구간별로 살얼음 예측 정보가 표시됐다. 이날 전국 도로 상황은 관찰-주의-경계 3단계 중 가장 낮은 ‘관찰’ 단계였다. 만약 경계 단계가 되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염수분사장치를 작동시켜 도로 위 살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한다.

이 기술은 블랙아이스 사고를 막기 위해 개발됐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표면이 얇고 투명한 얼음층으로 덮이는 현상이다.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맨눈으로는 얼음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한국도로공사는 선제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기상청과 협업해 ‘도로 살얼음 AI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AI가 전국의 기상관측장비에서 기상 데이터를 전송받아 분석해 1시간 후의 도로 살얼음 발생 위험도를 관찰, 주의, 경계 3단계로 나눠 알려준다. 경계 단계부터는 자동염수분사장치를 30분 간격으로 작동시켜 염화칼슘과 물을 섞은 염수를 분사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내부 시스템에 노면 정보를 입력하고 제설 작업을 지시했다면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대응 시간도 빨라졌다. 황우주 한국도로공사 재난관리처 방재계획차장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지만 사람이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새벽 등에는 사고 위험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I가 그 빈틈을 메워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곽도로 관리 위해 안전예산 확대해야”

한국도로공사 성주지사의 한 순찰차에 부착된 이동식 기상관측장비. 전국에 있는 순찰차 448대에 부착된 이동식 기상관측장비는 노면 온도, 기온, 습도, 기압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중앙재난상황실에 관측 정보를 전달한다. 성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도로공사 성주지사의 한 순찰차에 부착된 이동식 기상관측장비. 전국에 있는 순찰차 448대에 부착된 이동식 기상관측장비는 노면 온도, 기온, 습도, 기압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중앙재난상황실에 관측 정보를 전달한다. 성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살얼음 AI 관리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던 것은 인프라를 확충한 덕분이다. 인프라는 고정식 기상관측소와 이동식 기상관측장치로 나뉜다. 고정식 기상관측소는 결빙취약구역 곳곳에 10∼20km 간격으로 설치돼 대기 온도, 노면 온도, 습도, 강수량, 노면 상태, 마찰계수 등 8∼10종의 기상 데이터를 수집한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정식 기상관측소를 현재 259개소에서 2026년 469개소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선별로는 올해까지 중부내륙선, 서해안선 등 7개 노선에 설치했고 동해선 등 24개 노선까지 확대해 2026년에는 총 31개 노선에서 운용할 예정이다. 이동식의 경우 안전 순찰차 448대에 노면 온도, 기온, 습도, 기압 등 4가지 요소를 측정하는 장비를 부착해 운행토록 하고 있다. 지사마다 차량 8대가 배치돼 2대씩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다.

고정식·이동식 기상관측장비에서 수집한 기상정보는 재난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과거 기상청이 제공하는 관측 정보는 도심지 위주다 보니 산지 등 고속도로의 실제 기상 상황과 차이가 컸다. 이 때문에 도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산간 도로 곳곳에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AI 관리 시스템 알고리즘 고도화도 이뤄지고 있다. 2022년 개발된 1차 초기 모델의 경우 학습 데이터가 6만 건에 불과하다 보니 정확도가 약 70%였다. 2023년 개발된 2차 모델은 60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시켰고 변수도 기존 9종에서 11종까지 확대했다. 그 결과 정확도를 약 95%까지 끌어올렸다. 류승엽 한국도로공사 재난관리처 재난상황팀장은 “향후에는 변수를 추가 발굴하고 딥러닝 기술을 고도화해 알고리즘 정확도를 99%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지방 도로 등에도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국도와 달리 시 외곽 도로는 사고가 잦아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시설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교부금 확대 등을 통해 지방 안전시설 설치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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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스#M-Tech와 함께 안전운전#도로 결빙#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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