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에 정책지속 의구심
16일간 총순매도액의 76% 달해
삼성전자-현대차서 1.9조 빠져
정부 “2차 밸류업 펀드 약정체결”
이달 3일 ‘계엄 사태’ 이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에서 외국인 자금이 약 2조5000억 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밸류업 지수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탄핵 가결 등으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밸류업 정책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졌다.
● 삼성전자-현대차서 1조9000억 원 이탈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발령 이후인 이달 4일부터 20일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5개 종목에 대해 외국인투자가들은 2조4970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총순매도액(3조2920억 원)의 75.9%에 달하는 금액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밸류업 종목 중 삼성전자(1조6850억 원), 현대차(2430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과 KB금융(4140억 원), 신한지주(1970억 원), 하나금융지주(1240억 원) 등 금융사에 주로 몰렸다. 반면 SK하이닉스와 LIG넥스원 등은 각각 3260억 원, 1040억 원 사들였다.
밸류업 종목에서 외국인 이탈이 발생한 이유로는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정책 동력 약화가 꼽힌다. 현 정권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정부 주도로 추진돼 온 밸류업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밸류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밸류업 정책의 핵심 인센티브로 꼽히던 각종 세제 혜택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직전 3개년 주주 환원액 대비 5%를 초과하는 증가분의 최대 5%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주주 환원 촉진 세제나 주주 환원을 늘린 상장기업에서 받은 현금배당 일부를 저율 분리과세할 수 있도록 한 과세특례 등이 이달 국회에서 줄줄이 부결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밸류업 종목들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주가 상승 요인이 적은 상황에서 밸류업 정책 동력이 약해질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시장 친화 유지’ 신호 줘야 투심 살아날 것”
계엄 사태 당일인 3일과 20일 종가를 비교하면 밸류업 지수는 4.0% 하락해 코스피 하락 폭(3.8%)보다 많이 떨어졌다.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 환원 성향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밸류업 종목들은 설계 당시 전체 증시 대비 변동성이 작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 사태에선 하방 압력을 더 강하게 받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장 친화적인 정부 정책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예정된 밸류업 펀드 자금을 빠르게 집행하고, 관련 세제 지원책도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식시장 수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3000억 원 규모의 2차 밸류업 펀드의 조성 약정 체결이 완료됐다”며 “증시 밸류업 관련 지배구조 개선 및 세제 지원 등도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논의를 통해 가시적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