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의 과도한 통행료 징수 등을 비난하며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중남미의 대표적 친(親)미 국가인 파나마가 “단 1m²도 양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경한 대(對)중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의 인프라 협력을 추진 중인 파나마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파나마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사진)은 22일 X에 게시한 대국민 성명을 통해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운하는 인류 무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며 “통행료는 투명하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미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 행사에서도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또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 중국이다”라며 “(운하가) 잘못된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파나마 정부의 불공정한 대우가 계속되면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위협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미국 주도로 건설된 파나마 운하는 1977년 양국이 체결한 조약에 따라 파나마 정부가 1999년부터 운영권을 갖고 있다. 일각에선 파나마가 2017년 대만과 외교를 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계 기업 CK 허치슨이 운하 양 끝에 있는 5개의 항구 중 2곳을 27년째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파나마 정부와 독립된 국가 기관이 운하를 관리하며, 최근 중국의 투자 제안 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처럼 주변국에 위협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캐나다를 “미국 51번째 주(州)”로 편입하겠다고 말했고, 1기 행정부 당시 주장했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의 매입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취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역 상대국에 압박을 강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물리노 대통령의 연설 이후 트루스소셜에 “두고 보자”는 답을 남겼다. 이어 파나마 운하에 미 성조기가 휘날리는 인공지능(AI) 합성 사진을 게시하며 “미국 운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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