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심의, 의결하지 않기로 한 것은 26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이 참석해 처음 열리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정이 함께 서로 ‘받을 수밖에 없는 안’을 도출해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여야정 협의체에서의 추가 논의를 거쳐 31일 정례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법안의 공포 시한과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야정 협의체 출범에는 동의하면서도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협의체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평행선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협의체 명칭도 ‘국정안정 협의체’로 지칭하며 협의체 내 특검법 논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 韓 “여야정 협의체서 특검법 논의해야”
한 권한대행은 여야정 협의체 논의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 등의 독소 조항을 없애고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참모들에게 “여야정 협의체가 열려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 이래로 13차례 출범한 특검은 모두 여야 합의를 거쳐 출범했다.
정부는 ‘김건희 특검법’ 조항 중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독점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또 김건희 특검법에는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데 이를 두고도 정부 내부에선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한 조항”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상설특검 후보 추천권을 배제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진행 중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의 국회 몫 추천 위원을 야당이 임명하도록 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헌재가 심리 중인 상황이고, (김건희) 특검법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여야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수사 대상이 대통령이나 가족인 경우 여당이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는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상태다.
● 野, 헌재재판관 임명 여부 본 뒤 탄핵 가능성
“여야정 협의체에서 더 논의해 보자”는 한 권한대행 측 입장에 대해 민주당은 “(특검법을) 여야 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안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개탄스럽다”며 “한 권한대행이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24일을 ‘탄핵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한 권한대행에게 이날까지 특검법 공포를 압박해 왔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데드라인을) 24일까지라고 얘기했는데, (한 권한대행이) 경고성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 대행이 적절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즉각 (탄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협의체 논의 대상도 민생과 경제로 국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제안할 것”이라며 “특검법이나 탄핵 대상 등은 협의체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26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까지 지켜본 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과 헌재 재판관 임명 모두 거부한다면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포함한 현안을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기류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현안이 많은데, 백지 상태로 놓고 협의체에서 하나하나 풀어 나가자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법이나 전력망법 등 민생 법안이 굉장히 많다”며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 임명도 먼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남은 본회의 의사일정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은 앞서 여야가 합의한 26일과 31일 외에 27일과 30일, 내년 1월 2∼4일 본회의를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합의된 날짜에만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공개 회동 중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내란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성이 오갔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