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태균 황금폰-USB 분석… 녹취-텔레그램-카톡 확보
尹, 김영선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공관위장인줄 몰랐다’ 담화와 달라… 金여사도 明에 연락 “걱정 마세요”
檢 “明 씨, 공표 안된 여론조사… 尹부부에 4차례 전달 기록도 확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54·수감 중)의 이른바 ‘황금폰’에서 윤 대통령과 명 씨가 통화한 녹취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녹취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내가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22년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직접 부탁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같은 날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대통령)이 지금 (윤 의원에게) 전화했다. 잘될 것”이라고 말한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尹, “내가 윤상현에게 이야기할게”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가 제출한 황금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1개를 포렌식한 결과 이 같은 녹취를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통화가 이뤄진 2022년 5월 9일은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하루 전날이자,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공천 발표일 전날이다. 검찰은 명 씨가 이날 오전 10시경 윤 대통령과 2분 32초간 통화하고 40여 분 뒤 김 여사와 1분간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이날 녹취록에선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 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해당 통화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당에서 중진들이 자기들한테 맡겨 달라고 하더라. 내가 말을 세게 했는데”라고 하자, 명 씨는 “박완수 의원과 이준석, 윤상현도 다 (김영선 공천을) 해주려 한다. 그런데 윤한홍, 권성동 의원이 (공천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나한테 특별한 얘기는 안 하던데”라고 했고, 명 씨는 “한 말씀 드리면 경남에 여성 국회의원이 없었다”며 재차 읍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알았어요.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윤상현이)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누구를 공천 줘라,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며 공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그 당시에 (보궐선거)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고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 “미공표 여론조사, 윤 대통령 부부에게 4차례 전달”
검찰은 같은 날 김 여사가 명 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대통령)이 지금 전화했다”며 명 씨를 다독인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통화에서 김 여사는 “권성동, 윤한홍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반대하는 거죠?”라고 물은 뒤 “걱정하지 마세요. 잘될 거예요”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 씨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내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뵙겠다”고 전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녹취를 확보한 황금폰은 명 씨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쓴 휴대전화다. 이 기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김영선 전 의원이 당선된 경남 창원 의창 보궐선거 등이 치러져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할 ‘스모킹 건’으로 지목돼 왔다.
검찰은 또 명 씨가 지난 대선 때 만든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최소 4차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 씨가 보낸 보고서 중 하나가 유출 논란이 제기된 국민의힘 당원 57만 명 명부를 활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