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3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데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새 정부가 보편관세, 반도체 등 기술 정책,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 등 경제·안보 정책을 확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3주가 되도록 한덕수 권한대행과 통화도 없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한 뒤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취임 전 만날 뜻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
한국 패싱을 연상케 하는 트럼프의 행보는 더 커진 불확실성을 뜻한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새 정책을 쏟아낼 것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첫 공직이었던 8년 전에는 직무 적응 시간도 필요했고, 일방주의 정책에 대한 고위 참모들의 반론이 컸었다. 그런 점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를 15분 만난 것 말고는 핵심 인사들과의 접촉이 안 보인다는 건 큰 문제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방미했지만, 조 바이든 정부의 국무부와 차관급 회담을 한 게 사실상 전부다.
한국은 올 들어 10월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510억 달러 대미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내 반도체와 배터리 투자가 늘면서 덩달아 커진 측면이 있지만, 잘 설명하지 못하면 한국이 관세 보복 대상국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방위비 협상 결과를 백지화한 뒤 막대한 추가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주한미군 규모는 그대로 두더라도 주둔 성격을 북한 방어가 아닌 전면적인 중국 견제로 재조정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긴박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아까운 시간만 허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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