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되면 여러 항공우주 기관도 바빠집니다. 지금 산타가 어디쯤 날고 있는지, 어느 지역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연합 방공사령부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수집한 ‘군사기밀’을 보면 산타의 썰매는 6만 톤이나 되는 선물을 싣고 별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다닙니다.
인간의 과학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날아다니는 산타라서 그런지, 기관들이 표시하는 산타의 현재 위치는 조금씩 다릅니다. 아래 그림은 같은 시간에 구글이 추적한 산타의 위치와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Flightradar24’가 추적한 산타의 위치입니다.
사실 이 정도 오차는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산타의 썰매에는 레이더 추적 장비도 무선 통신 장비도 장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빛보다 빨리 날아다니는 산타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루돌프의 ‘매우 반짝이는 코’에서 나오는 빛뿐입니다. 사실 이런 ‘반짝이는 빛’은 항공기에도 달려있습니다. 항공기의 천장과 바닥 부분에는 붉은 섬광이 주기적으로 반짝여 현재 위치를 다른 항공기나 관제 기관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구가 달려 있습니다. ‘비컨(Beacon)’이라고 부르는 항법등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컨을 반짝이는 항공기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수없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산타의 썰매도 ‘표준 항법’을 준수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항별 항공 차트를 제작하는 ‘젭슨(Jeppesen)’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의 썰매가 지켜야 할 사항을 빼곡히 적은 ‘썰매 차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차트를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 눈에 띕니다. 통상 항공 차트는 위쪽이 북쪽을 가리키도록 제작됩니다. 그리고 비행기 항법에서 북쪽은 360도로, 남쪽은 180도로 표시합니다. 그런데 산타가 준수해야 할 이 항공차트는 오른쪽 방향을 360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산타의 ‘본부’가 있는 이곳의 지도가 ‘북극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지도에서는 산타의 본부로 향하는 모든 방향이 360도로 표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트 안에는 산타가 선물을 나눠주면서 지켜야 할 사항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타의 썰매는 루돌프를 포함해 순록 9마리가 끄는데, 이 중 순록이 3마리 이상 지쳐서 일을 못 할 경우에는 빨리 대신할 순록으로 교대해 주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산타 본부에 썰매를 착륙시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에게만 부여되는 우선권도 있습니다. 일단 산타 본진 주변은 선물용 장난감을 배달하거나 운송 지원하는 업무 외 항공기는 비행이 금지되는 ‘비행금지구역’이 됩니다. 단 산타가 받아보아야 하는 편지나 우편물을 실은 항공편은 최우선 접근 권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날만큼은 영공 수호에 진심인 각국 항공기관들도 산타에 앞다투어 최우선 비행 허가증을 발급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산타도 쉬운 직업은 아닙니다. 북극 하늘의 기온은 영하 70도 아래로도 떨어집니다. 빨간 털옷 하나 걸치고 북극을 날아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술의 결정체’라고 하는 비행기조차고 북극 하늘 한 번 건너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항공우주 기관이나 군사기관은 한눈 팔 겨를이 없는 곳입니다. 그런 그들도 1년에 하루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산타에 진심’인 사람들이 되어 기관의 명예를 걸고 산타를 추적합니다. 그래서 ‘날飛’도 오늘 하루만은 산타에 진심이 되어 보았습니다. 우울하고 답답한 소식이 도배한 뉴스 창이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밤하늘 한 번 올려다봐도 되지 않을까요. 모든 독자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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