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26일 “국회를 이용한 정치 패악질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대한민국 선거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규명하며 종북 주사파·반국가 세력을 정리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구속기한 만료(28일)를 이틀 앞두고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군 투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인 유승수·이하상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이같이 나열했다. 유 변호사는 “다수당의 횡포로 당 대표의 형사 책임을 면하고자 방탄 국회를 열고 22차례에 걸쳐 탄핵을 발의하고 급기야 예산을 폐지해 국정을 없애려는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또 “국가정보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대한 보안점검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해킹 공격에 무방비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국가세력이) 여론을 조작하고 국가전복을 획책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꺼낸 이유와 같은 내용이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에 적용된 내란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국회를 이용한 정치세력의 반헌법적 의결과 무책임한 선동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국기를 문란케 하는 것이지만 아무도 이를 내란이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반면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이를 두고 내란이라는 선동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해제 또한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계엄을 통해) 사상자가 전혀 없었고 해제 후 지휘관의 통제하에 질서있는 철수를 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발표된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초안을 작성하고 윤 대통령이 일부 수정했다고 변호인단은 밝혔다. 유 변호사는 “김용현 전 장관이 초안을 작성한 사실이 있다”면서 “대부분 내용을 김 전 장관이 작성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검토하고 일부 수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실제 내용을 수정한 것은 단 하나였다”며 “계엄은 일반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통행 금지 또는 제한을 가하는 내용으로 하는데 장관의 초안에 이같은 내용이 있었으나 대통령이 계엄은 일반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국민 생활의 불편, 경제 활동을 고려해 삭제·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일주일 만인 10일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8일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는 등 구속 전 조사에서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위법·위헌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엄 며칠 전부터 윤 대통령과 준비했고, 포고령은 대통령과 상의해 내가 작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1일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하고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를 발표한 이후에는 검찰 소환에만 응할 뿐 구체적인 진술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의 구속기한은 28일 만료된다. 이에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6~27일 김 전 장관을 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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