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부딪쳐 폭발한 ‘방위각 시설’… 흙더미 안에 콘크리트로 채워져
국제 규정 “공항 구조물 잘 부서지게”
안전지역 거리도 국제 권고에 못미쳐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활주로 너머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고 있다. 29일 사고 당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불시착한 뒤 이 둔덕과 충돌해 폭발했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의 끝부분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둔덕이 있었다. 이 둔덕은 겉에서 보면 흙더미지만 안은 콘크리트로 채워져 있다. 높이는 성인 키를 넘는 2m다. 사고 여객기는 동체로 활주로에 내린 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이 둔덕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무안공항 내 둔덕 설치가 규정 위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에는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중량과 높이를 최소로 유지하고, 항공기에 대한 위험이 최소가 되는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 등의 규정이 있다. 충돌 사고 시 항공기와 탑승객이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장 설계 매뉴얼에는 ‘부서지기 쉬움(프랜지빌리티·Frangibility) 원칙’이 규정돼 있다. 울타리, 공항 조명 등 공항 내 구조물은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게 원칙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콘크리트 둔덕을 활주로 근처에 설치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활주로 등 항행안전구역에 콘크리트와 같은 단단한 물체를 설치해선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안테나 구조물을 설치하더라도 콘크리트 재질이 아닌, 부러지기 쉬운 철제 등으로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무안공항 둔덕의 위치가 활주로 끝에서 불과 264m 떨어져 있어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상황을 대비해 이 안전지역을 되도록 넓게 만들어 놔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운영 중이다. ICAO는 활주로 종단 이후 안전지역 길이를 300m 이상으로 만들라고 권고한다. FAA는 이보다 긴 305m 이상으로 권고한다. 둘 다 무안공항보다 약 40m 안전 공간이 길다.
무안공항은 우리나라 다른 공항과 비교해도 안전지대의 거리가 짧았다. 청주공항은 활주로 끝에서부터 300m 떨어진 지점에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광주공항도 300m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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