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12장’ 캘린더-에코백… 미술관들 ‘신년 굿즈’ 시선끌기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일 03시 00분


리움, 청각장애 작가의 마음 담아
일민, ‘뱀의 해’ 한국 정체성 표현
갤러리바톤, 전속작가와 협업해
새해 편지 담은 ‘바톤백’ 선보여

일민미술관의 뱀과 관련된 사자성어로 디자인한 달력
일민미술관의 뱀과 관련된 사자성어로 디자인한 달력
“달력 디자인이 잘 나와야 한 해 전시도 잘될 것 같아 무척 신경 써서 만들죠.”(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

휴대전화가 일상이 되면서 연말연초 가장 줄어든 선물 중 하나가 달력(캘린더)이다. 손에 쥔 스마트폰만 켜도 달력이 뜨다 보니, 선물로서의 가치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새해가 밝아오면 ‘어여쁜’ 달력 하나쯤은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미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날짜와 요일이 적힌 종이 뒤로 그림이나 사진을 넣는 달력은 미술관과 갤러리엔 또 하나의 소중한 캔버스다. 이 공간에 미술관 수장고에 있는 소장품 사진을 넣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별해 넣는다. 더 나아가 예술가와 초기 단계부터 협업해 공 들여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미술 기관들의 ‘센스’를 경쟁하는 장이기도 한 ‘신년 굿즈’. 올해는 달력을 포함해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살펴봤다.

● 일민미술관 ‘푸른 뱀’ 달력


리움미술관의 크리스틴 선 김 드로잉으로 구성한 달력
리움미술관의 크리스틴 선 김 드로잉으로 구성한 달력
리움미술관과 갤러리바톤은 해마다 예술가와 협업해 굿즈를 제작하는 걸로 유명하다. 리움미술관이 올해 달력을 위해 초청한 예술가는 크리스틴 선 김.

그가 달력에 제안한 작품은 2016년에 드로잉한 ‘저스트 뮤직’ 시리즈다. 영화에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에서 배경 음악을 묘사한 문구를 음표로 표현했다. 3월은 ‘숨죽인 클럽 음악’, 5월은 ‘긴장감이 고조되는 배경 음악’ 등의 글귀가 작가의 손 글씨로 적혀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계절별로 느껴지는 음악적인 감각이 시각적으로 묘사된 듯한 결과물”이라며 “청각 장애가 있는 작가가 보여주는 시각 언어를 통해 우리도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공감해 보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민미술관은 특정 작가 작품 대신 미술관 직원들이 두 달 동안 머리를 모아 기획한 달력을 제작했다. 올해 콘셉트를 ‘푸른 뱀’으로 정하고, 달력 표지는 뱀피를 연상케 하는 질감의 종이를 사용했다. 또 뱀에 관련된 사자성어를 달마다 선정하고, 이 사자성어를 영어 문구로 풀어내 달력 디자인에 사용했다.

윤율리 학예팀장은 “뱀은 사악하면서도 지혜로운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재밌어서 ‘악담인지 덕담인지 모를’ 뱀에 관한 경구 12개를 담았다”며 “해외에서 오는 손님도 많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개인전이 예정돼 있는 강명희 작품으로 구성한 서울시립미술관 달력
올해 개인전이 예정돼 있는 강명희 작품으로 구성한 서울시립미술관 달력
국제 갤러리의 김윤신 작품으로 구성한 다이어리
국제 갤러리의 김윤신 작품으로 구성한 다이어리
서울시립미술관과 국제갤러리는 중량감 있는 여성 작가의 작품들을 담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개인전이 예정된 강명희의 작품으로 달력을 구성했다. 다이어리를 제작한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윤신 작가의 작품을 활용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달력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달력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을 달력에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사계절과 월 특색에 맞는 작품을 선정했다”며 “올해는 벽걸이뿐 아니라 책장에도 부착할 수 있도록 끈이 달린 형태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 버킨백 대신 바톤백


수잔 송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갤러리바톤 캔버스백
수잔 송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갤러리바톤 캔버스백
갤러리바톤은 연말이면 전속 작가와 협업해 디자인한 에코백을 500점 제작한다. 올해는 서양화가 수잔 송의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패턴을 차용했고, 남성도 사용하기 좋도록 어깨끈을 새롭게 달았다.

2021년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에 숫자가 보이는 작품이 유명한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다쓰오와 협업했을 때는 여러 개의 숫자를 음영으로 표현한 디자인을 넣었다. 지난해 회화 작가인 쿤 판덴브룩과 제작할 때는 회화 작품의 일부를 가져와 가방 표면에 넣기도 했다.

매년 다른 색상과 디자인으로 연말 분위기를 담은 편지와 함께 발송되는 갤러리바톤의 에코백은 2015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했다. 미술계에선 ‘바톤백’이라는 애칭까지 생겼을 정도다.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명절마다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듯, 갤러리 직원이 모여 ‘바톤백’에 편지를 넣고 발송하는 일이 소중한 연말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미술관#신년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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