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 시간 탁구 뒤 탄탄한 근육질 몸매 됐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4일 12시 00분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탁구를 좋아해 저도 잠시 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30년이 넘어서 다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잘 치는 겁니다. 주변에서 계속 잘 친다고 하니 더 열심히 치게 됐죠.”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포핸드스트로크로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2016년 지인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한 그는 거의 매일 3시간씩 탁구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생활체육탁구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가정주부였던 최명주 씨(55)는 2016년 딸 친구 엄마의 권유로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두 딸도 다 크고 취미를 겸해 운동을 하려고 하던 차에 함께 탁구를 치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지금은 서울 강동구 천호2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탁구 교실의 강사도 맡고 있다.

처음엔 하루 한 시간씩만 치려고 했는데 두 시간, 세 시간씩 치게 됐다. 주 5일 이상 탁구장에서 살았다. 탁구는 운동량이 많았다. 조금만 쳐도 땀이 뻘뻘 흐른다. 공에 집중해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탁구 칠 때는 온전히 탁구에만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 만나 웃고 탁구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와 잡념이 날아갔다. 그는 “어느 순간 탁구는 내 평생 친구가 됐다. 탁구장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탁구도 치고 밥도 먹고 차 한잔 마시며 다시 탁구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실력도 빠르게 성장했다. 생활체육탁구 6부로 시작했는데 바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현재는 5부 상위권. 지역 및 전국 대회도 많이 제패해 우승 상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 씨의 장기는 스매싱. 게임을 하다 상대가 볼을 조금이라도 높이 주면 바로 짧고 굵게 스매싱을 날린다. 그는 “드라이브는 라켓을 밑에서부터 들어 올리며 온몸을 써야 해 힘이 많이 들지만 스매싱은 위에서 누르듯 치면 돼 더 쉽다”고 했다.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 씨는 ‘원킬’이라는 탁구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약 40명의 회원이 있는데 20~40대가 20%이고 나머지는 50대다. 그는 “마음에 맞는 지역 사람들끼리 모인 동호회로 서로 탁구 쳐주고 가르쳐주고 하다 만들어졌다. 한 5년 된 동호회인데 끈끈하게 뭉친다”고 했다.

대회 출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뭘까?
“2019년인가 서울 시민리그에 출전했어요. 4명이 단체전에 나갔는데 우승했죠. 단체전에서는 제가 못 치면 폐를 끼칠 것 같아 엄청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한 기억이 나요. 그런데 경기하면서 응원도 하다보니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서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 너무 좋았어요.”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최근 국가대표를 반납한 노장 이상수(35·삼성생명)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일반인 초청 이벤트를 할 때 갔는데 너무 다정하고 자상하게 알려줬다. 그때부터 팬이 됐다”고 했다.

최명주 씨가 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 획득한 상장. 최명주 씨 제공.
최명주 씨가 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 획득한 상장. 최명주 씨 제공.
즐겁고 활기차게 탁구를 치다보니 지도자까지 하게 됐다. 2023년 아는 지인의 소개로 한 탁구장에서 기초반을 지도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지도자 자격증이 없었다. 그즈음 그가 나가는 코리아탁구체육관(서울 강동구)에서 국민생활체육건강진흥원 생활건강지도사 과정을 개설해 참여하게 됐고,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부터 주민센터 강사를 맡게 된 것이다.

“솔직히 제가 남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는 언니가 권유했고, 탁구장 관장님이 용인해 줘 지도할 수 있었죠. 지도자 자격증도 우연히 개설된 지도자 과정이 있기에 등록했죠. 탁구장에서 지난해 봄까지 지도하고 다시 탁구 치는 데만 전념하고 있는데 ‘자격증이 있으니 이제 주민센터에서 강사를 해보라’는 제안이 온 것입니다.”

그는 어떤 지도자일까?
“뭐 엄격하게 얘기해서 저 또한 초보분들이랑 실력이 비슷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게 제 장점이 됐어요. 그래서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초보자들의 어려움을 잘 모르거든요. 저는 기본기를 중시합니다. 그런데 생활체육 탁구는 기본기보다 탁구 치는 재미를 위해서 온 분들도 있죠. 그분들은 기초적인 것만 알려주고 바로 게임을 하도록 합니다. 기본기가 된 분들에게는 이제 더 잘 치는 지도자에게 배우라고 보냅니다.”

최명주 씨가 한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최명주 씨 제공.
탁구를 친 뒤 몸도 날렵해졌다. 탁구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후좌우를 오가며 공을 넘겨야 해 전신 근육운동도 된다. 최 씨는 “체중엔 변화가 없지만 몸은 한결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전윤형 코리아탁구체육관 관장(60)은 “체형이 근육화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탁구는 중강도 운동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한 시간 치면 300칼로리를 소모해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진다. 게임을 하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비만 예방 및 다이어트에 좋은 스포츠로도 꼽힌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라켓으로 2.7g의 작은 공을 치기 때문에 ‘운동량은 많고 부상 위험은 적어’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명주 씨(가운데)가 한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최명주 씨 제공.
최명주 씨(가운데)가 한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최명주 씨 제공.
송홍선 국립안동대 체육과 교수(운동생리학)는 “탁구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모두 증진시키는 유익한 운동이다. 모든 연령대가 함께 할 수 있고, 운동 능력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탁구는 전신 운동이다. 탁구 라켓을 잡은 팔뿐만 아니라 다리와 몸통의 코어 근육을 고루 사용해야 한다. 특히 탁구의 기본자세인 기마 자세를 유지하다 넘어오는 공을 치기 위해서 전후좌우로 재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하체 근력 강화에도 탁월하다. 탁구는 구기 종목 중 공의 크기가 가장 작은 운동이다.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날아오는 공을 치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력과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순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탁구는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뇌 전문가인 다니엘 아멘 박사는 “탁구는 세계 최고의 두뇌 스포츠”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탁구는 상하체를 모두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손과 눈의 협응력(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활성화)과 반사신경에 도움을 주는 운동이다. 또한 공을 추적하고, 샷과 전략을 계획하고, 스핀을 파악할 때 뇌의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탁구를 치매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포핸드스트로크로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 씨도 탁구는 시니어분들에게 최고의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어느 날 나이 드신 분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탁구를 열심히 치기에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물었더니 ‘나이 들어 퇴직하고 수영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들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탁구장으로 왔다’고 했죠. 그러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탁구를 시작했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해봐도 그래요. 정말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칠 수 있고, 운동 효과도 좋죠.”

최 씨는 소화능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최 씨는 “식사만 하면 소화가 안 돼 속이 부글거렸는데 탁구를 처음 친 날 배가 고파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소화가 잘됐다”고 했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도 탁구 치는 그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최명주 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제가 탁구를 시작한 뒤 3년쯤 됐을 때 수술한 적이 있었어요.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3개월은 운동하지 말라고 했죠. 제가 매일 병든 닭처럼 힘없이 졸고 있으니 남편이 안 돼 보였는지 ‘탁구장에 가서 서비스 연습이라도 해라’고 하더라고요. 탁구를 안 치니 제가 전혀 웃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전까지 제가 탁구치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남편이 제가 탁구 다시 치며 활기를 되찾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은 탁구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탁구는 남녀노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칠 수 있는 평생 스포츠”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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