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논란에 대해 안전성 확보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처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설비는 철거하거나 재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셀프 조사’ 비판을 받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콘크리트 둔덕 논란에 국토부 “미흡했다”
박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관련해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보다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그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지지대 역할을 한 콘크리트 둔덕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 해명을 반복해 왔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장관이 나서 콘크리트 둔덕 설치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설치 과정도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콘크리트 둔덕은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 설치됐다. 당시에 높이 1.5m 너미 3m 흙더미에 콘크리트 기초 19개를 세운 형태였다. 2020~2023년 개량공사를 거치면서 기초 위에 30cm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설치했다. 상판과 흙더미 사이를 흙으로 채우면서 둔덕은 더욱 단단해졌다.
국토부는 이날 둔덕 관련 논란에 미흡했다고 인정하면서 설치 당시엔 규정 위반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현행 규정을 적용하면 위반 소지가 있지만 설치 당시엔 그런 규정이 없거나 미흡했다는 것.
국토부는 무안공항과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해선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사도를 더 완만하게 한다든지 재시공한다든지 여러 가능성 열어놓고 있다”며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셀프 조사’ 논란 위원장 사의
이날 브리핑에서는 ‘버드 스크라이트(새 떼 충돌)’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공개됐다. 이승열 사조위 합동조사단장은 “엔진 속에 있는 흙을 파내면서 깃털 일부를 발견했다”며 “깃털에 대해서 어떻게 들어갔는지, 어떤 종인지 등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셀프 조사’ 비판을 받는 사조위 위원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유족을 중심으로 참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국토부 전현직 공무원이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사조위 위원장은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개량공사를 발주청인 부산지방항공청장 출신이라 공정성 우려가 더욱 컸다.
박 장관은 “사고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만 국민이 이해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어 선제적으로 거취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신임 위원장을 신속히 선출해 사고 조사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 장관은 사태 수습이 마무리되는 대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객기 참사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국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할 생각”이라며 “사태 수습과 정치적 상황 등을 봐서 시기를 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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