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이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 전자오락을 즐기고, 대학교에서 당구 대신 ‘스타크래프트’를 즐긴 세대들도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50대가 됐습니다. 인생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현재 40~50대 중년들은 과거에 우리가 봐왔던 중년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릅니다.
중년이 아니라 확장된 청년기나 후기 청년이라 불러달라는 현대 40~50대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패션이나 트렌드에 민감하며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의미가 좀 변질되기는 했지만,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들을 ‘영포티’라 부르며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주목하기도 했죠.
아무래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경제 부흥기에 유년기를 보낸 만큼 소비에도 기존의 중년층과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40대이지만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소비하는 것을 아끼지 않습니다. 실제로 소비 시장에서 40~50대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죠.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대표적인 장난감 ‘레고’나 ‘피규어’ 등이 ‘키덜트’를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가 됐고, 아이돌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한 이들은 아이돌, 뮤지컬 등 분야에서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의 ‘덕질’을 하느라 바쁩니다.
여기에 지난 2022년 극장가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가 40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젊은 층의 반응까지 얻으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한 것 등도 현대 중년들이 취미나 좋아하는 것에 대한 소비가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큰 손 40~50대를 공략하라
그리고 현대 40~50대 소비층을 공략해 소비를 끌어내려는 모습은 게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9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은 비디오 게임기와 컴퓨터가 익숙하고 스마트폰도 잘 다룹니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 시장의 주요 고객층이었고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더 커진 지금도 여전히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게임 업계에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40~50대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 추억의 레트로 게임기가 부활하고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게임이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여기에 40~50대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한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죠.
지난 2015년 이후 게임 시장에는 1980~90년대 추억의 레트로 게임기들이 복각되어 돌아오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버지 배보다 더 불렀던 뚱뚱한 브라운관 TV에 연결해 즐겼던 게임기들을 최신 TV에 HDMI 케이블을 연결해 그때 그 추억의 게임에 빠져들 수 있죠.
대표적인 기기가 우리나라에서 현대 컴보이와 현대 슈퍼컴보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닌텐도의 패미컴과 슈퍼 패미컴을 재구성한 버전인 ‘패미컴 미니’와 ‘슈퍼패미컴 미니’입니다. 과거처럼 게임 카트리지 팩을 꽂고 플레이할 수는 없지만, 추억의 게임인 ‘갤러그’부터 시작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팩맨’, ‘스트리트 파이터 2 터보’ 등 시대를 풍미한 게임을 잔뜩 즐길 수 있었습니다.
패미컴 미니와 슈퍼 패미컴 미니가 흥행하며 시장에는 레트로 게임기 복각 바람이 불었고,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 미니,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등 어마어마한 게임기들이 다시 시장에 발매되고 팬들의 관심을 받았죠.
이러한 레트로 게임기 복각 인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오락실 하면 떠오르는 17인치 화면을 달고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기를 그대로 구현한 ‘MVSX HOME ARCADE’까지 등장했습니다. 최근 젊은 이용자 층은 오락실 스틱도 낯설다고 하는 만큼 그야말로 40~50대를 저격해 등장한 상품이죠.
추억의 게임들의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4년 11월에는 무려 30년의 세월을 넘은 ‘드래곤 퀘스트 3 HD-2D Remake’가 발매됐습니다. 이 게임은 일본의 국민 RPG로 불리는 시리즈 중 인기가 가장 많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출시 이후 일본의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출시 한 달도 안 돼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도 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원작 게임이 88년에 나온 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딱 지금의 40~50대를 노리고 등장한 게임이죠.
여기에 지난해 연초를 달군 ‘파이널 판타지 7’의 리메이크 두 번째 작품인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도 중년의 게이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10대 20대 때 즐겼던 게임을 다시 최신 기술로 즐기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죠.
이러한 레트로 게임 복각 열풍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비스 20년을 훌쩍 넘긴 MMORPG 대표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라이브 서비스 버전이 아닌 과거 버전을 즐길 수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을 서비스하며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 등이 클래식 서버를 선보여 많은 인기를 모았죠.
그리고 게임 시장에서는 이러한 추억 팔이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40대 50대 게이머가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고, 게임을 즐기는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게임의 서사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 RPG의 주인공들은 나이가 많아야 10대인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전쟁에서 패배한 후 어른들에게서는 미래를 볼 수 없어 아이들이 희망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달리 일본식 RPG 대표작인 ‘영웅전설’ 시리즈에도 20대를 훌쩍 넘긴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본편 주인공의 세대교체를 진행한 ‘용과 같이’ 시리즈도 중년의 전 주인공의 활약을 확장팩으로 준비하며 아주 멋진 모습으로 그려내 팬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했죠. 과거라면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게임의 모습입니다.
이 외에도 새롭게 탄생한 2018년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주인공을 중년의 부모로 설정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죠. 과거에는 그저 때려 부수는 모습이 강조됐다면, 이제는 부성애도 보여줍니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 40~50대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몰입도가 남다를 수 있었을 거라 봅니다.
여기에 게임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도 금전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40~50대 게이머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구매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게임을 몰입해 즐길 수는 없지만, 부족한 시간을 돈으로 대신해 따라갈 수 있는 식이죠.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친근하게 즐겼던 40~50대들은 게임을 하나의 문화처럼 즐기고 있는데요. 이들이 앞으로 시장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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