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의 달인’ 오바마가 죽 쑨 연설이 있다는데
‘자비’의 링컨, ‘뉴프런티어’의 케네디
한눈으로 읽는 미국 대통령 취임 명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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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carnage stops right here and stops right now.” (미국 대학살은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멈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취임 연설에 대한 걱정입니다.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 연설은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구절입니다. ‘carnage’(카니지)는 ‘대학살’이라는 뜻입니다. 통치 비전을 밝히는 취임 연설에 나올 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연설에서 묘사한 미국 대학살의 현장은 무섭습니다. “Mothers and children trapped in poverty in our inner cities; rusted-out factories scattered like tombstones across the landscape of our nation”(어머니와 아이들은 도심에서 가난의 덫에 걸려 있고, 녹슨 공장들이 미국 전역에 묘비처럼 널려 있다).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런 혼란상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연설의 결론이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American carnage’라는 단어밖에 없습니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취임 연설은 5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화합, 축하, 통치 원칙 규정, 권력 한계 인정, 미래 비전 제시입니다. 취임 연설뿐만 아니라 모든 대통령 연설에 적용되는 요소들입니다. 최근 한국의 탄핵 사태에서 대통령의 거친 언어들이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에게 본보기가 돼야 합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3대 취임 명연설을 알아봤습니다.
With 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 with firmness in the right, as God gives us to see the right, let us strive on to finish the work we are in.”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않고, 모두에게 자비를 품고, 신이 우리를 인도하는 대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임무를 완수하자)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이므로 두 번의 취임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대개 1기 취임 연설이 낫습니다. 이례적으로 2기 취임 연설이 더 훌륭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물론 1기 연설도 좋지만 2기 연설은 모든 취임 연설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남북전쟁이 막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전장에서 귀환한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링컨 전 대통령은 자비를 강조했습니다. 국가의 화두를 대결에서 관용으로 바꾸려는 노력이었습니다. ‘malice’와 ‘charity’를 대비시킨 문장은 수사학적으로도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후세 대통령들이 취임 연설 때마다 단골로 인용합니다.
First of all, let me assert my firm belief that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나의 굳은 믿음을 말하겠다)
능력이 좋아 취임식을 네 번이나 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미국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취임식은 1기,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때입니다. 1933년 루즈벨트 1기 취임식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1월 20일 취임식의 원조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취임식이 3월 4일이었습니다. 취임식을 앞당긴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의미입니다. 대공황 때문입니다. 4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시대였습니다.
춥고 비바람까지 부는 날이었습니다. 취임식장을 향하는 차 안에서 루즈벨트 대통령과 전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담요를 나눠 덮었습니다. 한 이불을 덮었지만 대화는 없었습니다. 대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사이라서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어 서로 다른 곳만 바라봤습니다. 언론은 “날씨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추워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취임식장에 도착하자 다리가 불편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들의 부축으로 받으며 단상에 올랐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직행했습니다. 네 번째 문장에서 핵심 메시지가 나옵니다. 본인에게 부여된 시대적 요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위기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도 법도 아닌 부정적인 사고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해결책으로 뉴딜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fear’라는 단어의 임팩트가 커서 ‘fear speech’(공포 연설)로 불립니다.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친애하는 미국인들이여, 나라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으십시오)
전설이 된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입니다. 여러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외교에 치중한 취임 연설입니다. 연설의 90%가 외교에 관한 내용입니다. 냉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현대 대통령 중 가장 짧은 취임 연설이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1355자로 14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20분이 넘는 대부분의 취임 연설과 비교됩니다. 위대한 연설은 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ask not’으로 시작한 핵심 구절은 무력이 아니라 외교적 노력으로 냉전을 극복한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평화주의적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필자가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입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란 설과 테드 소렌슨 연설 담당 보좌관이라는 설이 대립합니다. 누구의 작품이건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는 명구절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명언의 품격
2009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역대 최대 인파가 모여들었습니다. 취임 연설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연설하면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최근 50년 사이 가장 연설력이 뛰어난 대통령입니다. 일반 연설을 잘하니 취임 연설은 더욱 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추운 날씨에도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It didn’t have an animating idea. It didn’t have a clear theme.” (생동감 있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선명한 주제가 없었다) - 제프 쉬솔, 빌 클린턴 대통령 스피치라이터 “Most people would have a hard time quoting you a line back from it.”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용할만한 구절을 찾기 힘들 것이다) - 메리 케이트 캐리,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스피치라이터 “There’s the old adage: You only get one chance to make a first impression. President Obama might hope that’s not true.” (‘첫인상의 기회는 한 번뿐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속담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것이다) - 마이클 월드먼, 빌 클린턴 대통령 스피치라이터
2기 취임 연설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연설도 실망스러웠습니다. ‘큰 무대에 약하다’ ‘백화점식 주제 나열을 싫어한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본인은 이유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변화의 아이콘인 만큼 안정과 화합이 주요 메시지인 취임 연설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오바마라서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1기 취임 연설에서 기억할만한 명구절도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Starting today, we must pick ourselves up, dust ourselves off, and begin again the work of remaking America.” (오늘부터 다시 일어서자, 먼지를 털어내자, 그리고 미국을 재창조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자)
1기 취임 연설의 공통된 특징은 전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부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새 대통령의 장점이 주목받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교육 격차 등 전임 조지 W 부시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자신의 임무를 미국 재창조(remaking America)라고 봤습니다. ‘pick up’은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줍다’ ‘차에 태우다’ 외에 ‘상태가 좋아지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pick oneself up’은 ‘심신 상태를 회복하다’라는 뜻입니다. 큰일을 겪은 사람에게 빨리 털고 일어나라는 충고를 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You gotta pick yourself up!”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습니다. 미국 안보와 국익, 세계 평화,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공적을 쌓은 인물에게 매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입니다. 정계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고(故)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고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 등이 받았습니다. 연예·스포츠계에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연기파 배우 덴젤 워싱턴,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등이 받았습니다.
경제계에서는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수상했습니다. 공화당은 소로스에게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소로스가 민주당에게만 집중적으로 수억 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travesty”(어이없네)라고 비웃었습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선임 고문이던 스티브 배넌은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했습니다.
Rip it right off his neck.” (그의 목에서 메달을 벗겨내야 해)
‘rip’(립)은 손에 힘을 줘서 ‘떼어내다’ ‘뜯어내다’라는 뜻입니다. 소로스의 목에서 자유의 메달을 떼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받을 자격이 없다는 뜻이겠죠. 비슷한 뜻으로 ‘tear off’가 있습니다. ‘rip off’에는 다른 중요한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 ‘사기 치다’ ‘바가지를 씌우다 ’입니다. “I got ripped off $20 by an on-line store”(인터넷 상점에서 20달러 바가지를 썼다)가 됩니다. 둘째, ‘모조품’ ‘아류작’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가 히트 치면 꼭 아류작이 나옵니다. “The film is a rip-off of another hit movie.”(그 영화는 다른 히트작의 아류작이야)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26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명을 잘 짓습니다. 그런데 그 별명이 꼭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욕적 별명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적수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Lyin’ Kamala”(거짓말쟁이 카멀라), “Laffin’ Kamala”(기괴하게 웃는 카멀라). “Kamabla”(카머블라) 등으로 불렀습니다. 2016년 대선 때 적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별명은 ‘Crooked Hillary’(사기꾼 힐러리)에서 ‘Beautiful Hillary’(아름다운 힐러리)로 격상했습니다. ‘crooked’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남겨둔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참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별명을 들은 김 위원장은 매우 기분이 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모욕적인 별명을 붙여 부르는 것을 ‘name calling’(네임 콜링)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공개적으로 부른다(call)는 것은 ‘욕하다’ ‘나쁘게 말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네임 콜링’은 정치 용어로 상대 비방 전략 중의 하나입니다.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 흘리는 법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
상원에서 민주당의 ‘톱’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감정이 풍부해 몇 차례 울먹였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Cryin’ Chuck”(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연기용 가짜 눈물이라고 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 흘리는 법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라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 (괴짜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네)
포카혼타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입니다. 워런 의원의 미국 원주민 혈통이 논란이 되자 디즈니 영화 주인공 포카혼타스에 빗대 붙인 별명입니다. ‘Wacky Jacky’(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입니다. ‘wacky’는 ‘괴짜’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워런 의원과 로즌 후보가 공동 유세를 벌이자 비꼬았습니다. 정신 나간 여성 2명이 어울려 다닌다고 비하하는 것입니다.
It might be Prime Minister Abe, or Justin from Canada.” (아베 총리였나, 캐나다의 저스틴이었나)
‘캐나다의 저스틴’은 최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관세 부과 문제로 싸운 트럼프 대통령과 싸운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귀국 후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라며 리더들의 별명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Prime Minister”(총리)라는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는 그냥 “Justin from Canada”(캐나다의 저스틴)라고 불렀습니다.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거론할 때마다 “캐나다의 저스틴 있잖아”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했습니다. 속으로는 ‘젊고 잘생긴 저스틴’이라고 부러워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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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11:24:06
최근 한국의 탄핵 사태에서 대통령의 거친 언어들이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영어와는 관계없고 사실도 아니다. 일에 충실해야한다.
2025-01-16 16: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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