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랑스 리옹. 세 살 여자아이가 음식을 잘못 삼켜 기도가 막히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뇌에 산소가 몇 분 동안 공급되지 못해 아이가 사실상 식물인간이 됐다며 연명 치료 중단을 권했다. 하지만 메일린은 뇌사 판정 약 40일 만에 깨어났다.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메일린의 기적’이 신앙의 힘으로 일어났다고 믿는 메일린의 아버지가 그 경험을 써 내려간 책이다.
메일린의 부모 에마뉘엘 트란과 나탈리 인실 트란은 아이가 식물인간이 된 막막한 상황에서도 기도를 이어가며 믿음을 잃지 않았다. 아버지 에마뉘엘은 가톨릭을 믿지 않았지만 사고 뒤 세례를 받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했고, 꿈속에서 신의 음성을 듣는 경험도 했다고 말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살아있는 묵주 기도회’를 조직해 메일린을 위해 기도했다. 이 기도회는 19세기 리옹에서 교황청 전교회를 설립한 폴린 마리 자리코(1799∼1862)에게 전구(轉求·천주교 신자가 다른 이에게 자신의 기도를 하느님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기도를 했다. “기도가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안식처였다”는 저자는 메일린이 회복하자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확신했다.
메일린의 회복이 ‘기적’으로 바티칸의 공식 승인을 받는 과정도 기록했다. 교황청은 수년에 걸쳐 ‘메일린의 기적’을 조사했다. 먼저 메일린의 의료 기록을 살펴보고 당시 뇌 손상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는지 다른 의사들에게도 자문했다. 또 메일린 가족들을 평의회로 초청해 이야기를 들으며 신빙성을 검증했다.
교황청은 현대의학에서 치료법이 없는 환자가 완치되고 재발이나 후유증이 없으며 신학적으로도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교황의 승인을 거쳐 기적으로 선포한다. 메일린의 회복은 2020년 5월 26일 교황청이 공식 인정한 ‘기적’이 됐다. 메일린의 부모가 기도했던 폴린 마리 자리코는 2022년 가톨릭의 성인 이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선포됐다.
메일린의 엄마 인실은 한국에서 입양된 여성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기획하고 취재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었고, 지난해 성탄절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방영됐다. 기적에 대한 믿음과 별개로 삶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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