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보고 겪은 한국은…‘방위비 안 내는 부자 나라’ [트럼피디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일 08시 00분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관세를 무기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 우방을 상대로 강한 압박에 나섰다. 이 같은 방식으로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 미국 내 투자 유치 등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구상 자체는 8년 전 집권 1기 때와 동일하나 압박 강도가 거세다. 이에 한국도 언제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2017년 11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동아일보DB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는 어떤 방식의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려고 들까.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 고율관세 부과 등이 유력한 선택지로 꼽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전현직 백악관 참모들의 발언을 통해 그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봤다.

● ‘韓은 부자나라’ 뇌리에 새겨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7년 2월∼2018년 4월)은 지난해 8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1기 취임 초 ‘한국’이란 단어만 들어도 화를 냈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자신과 대화하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아주 부자인 나라가 안보는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역대 최악의 무역 협정”이라고 했다고 한다.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한국 국빈 방문 당시의 일화도 눈길이 간다. 당시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마치고 헬리콥터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창밖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미국에는 이런 게 없냐.”

헬리콥터에 동승한 맥매스터에 따르면 그가 가리킨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은 일그러졌다고 한다. 미국이 이용당했다는, 즉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한국에 빼앗겼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맥매스터는 “미국 제조업 상실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불똥은 방위비로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리콥터에 함께 타고 있던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한국이 방위비를 왜 100% 부담하지 않느냐”며 “미국이 비용은 물론 이익까지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을 통해 한국 측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2017년 11월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앞줄 왼쪽 세번째)이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브룩스 당시 사령관이 “한국이 기지 건설 비용 108억 달러 중 98억 달러를 냈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긍하지 않았다고 한다.

맥매스터는 이날을 회고하며 “거리 80km 비행을 하며 한미 동맹이 일방적이고,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을 위협한다는 트럼프의 믿음이 부활했다”고 적었다.

● “한국은 방위비를 낸 적이 없다”
미국에선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결정 만으로 재협상할 수 있다. 지난해 한미 양국은 2026~2030년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12차 SMA)에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20여일 앞둔 지난해 10월 한 행사에서 자신이 유능한 협상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집권 1기 때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을 예시로 들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말했다.

(외신에서 ‘자유분방하다’(freewheeling)고 표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을 살려 원문 그대로 옮겼다.)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과 대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유튜브 ‘블룸버그 텔레비전’ 캡처

“(바이든 행정부는)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서명하지 않았을 무역 조건들에 서명했다. 나는 미국을 그런 거래들에서 여러번 구했다. 나는 한국을 상대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데 너희는 방위비를 내야 한다. 미군이 4만 명 배치되어 있지 않느냐. 너희 나라는 아주 큰 부자가 됐다.’

그랬더니 한국이 이렇게 답했다.

‘노 노 노, 우리는 내지 않을 거다, 절대. 우리는 6·25 전쟁 이후로 (방위비를) 낸 적이 없다.’

난 이렇게 말했다.

‘안된다, 내야 한다. 일단 50억 달러로 시작하자.’

그들은 ‘노 노’라고 말하더니 난리를 쳤다.

결국 나는 그간 아무것도 내지 않은 한국을 상대로 20억 달러를 받아냈다. 한국 측이 “의회를 거쳐야 한다”며 이 이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길래 “알겠다, 이듬해 재협상을 할 거고 그때는 5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조 바이든이 당선되자 가장 행복했던 건 한국이다. 나와의 거래는 없던 일이 됐다. 한국은 아무것도 내지 않고 있다.

한국은 돈이 있는 나라고, 돈을 내겠다고도 했다. 바이든이 부끄러운 거래를 했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내고 있을 거다.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지급기)’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5년간 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임기 내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이후 2021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13.9% 오른 1조1833억 원에 타결했다.

2018년 10월 재임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한국을 찾은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생물학무기 확산방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SMA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냐’는 본보 질의에 “그는 현 수준 이상으로 재협상을 원할 것이나, 상한이 얼마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건 그의 뜻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를 향해 “조선업 관련 협력이든 다른 형태의 기여가 됐건 어떤 지렛대(레버리지)를 갖고 협상에 임할지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루지에로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북한을 담당했다.

● ‘불공정 무역’ 국가로 분류된 한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랑은 유명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관세라며 “관세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다. 미국 일자리를 지키고 미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율 관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래된 신념이기도 하다.

38년 전 그가 미국 정계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1987년 ‘미국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신문 광고에서도 동맹에 관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공짜 보호 아래서 부유한 국가로 성장한 ‘흑자 머신(profit machine)’들로부터 대가를 지불받아야 한다. 이들을 상대로 ‘세금(관세)’을 부과해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자”고 주장했다.

*38년 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 그의 정치 태동기는 트럼피디아 2화에서 다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1기 때 한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고 여러 차례 소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었다. 이에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75%, 100%까지 올렸다”고 강조했다. 2018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점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외국 기업은 이 나라의 성장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며 2기에서 관세를 집중 부과할 품목으로 의약품, 반도체, 철강 등을 꼽았다.

지난해 10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발언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수석 고문 지명자. 콘코드=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백악관 무역·제조업 수석 고문으로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지명한 점도 주목된다. 나바로는 미중 무역전쟁을 이끈 강경파로 1기 행정부 당시 한국에 맹공을 펼쳤다. 맥매스터의 회고록에 따르면 “나바로가 만든 ‘불공정 무역’ 국가 도표에서 한국은 가장 많은 체크 표시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나바로는 대미 무역흑자, FTA 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바로는 최근에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청사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에서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을 지목하며 “상호관세 등을 부과해 무역수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대담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를 언급하며 “이러한 조합은 거의 확실히 한국에 대한 관세가 10% 이상이 될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5화 요약: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부자나라로 여긴다. 한국이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고,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 무역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과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6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집권 1기 때만 해도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다. 둘은 어떻게 다시 가까워진 것일까. 재회가 성사된 배경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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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02 09:48:14

    동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이간질하는 짓을 삼가라,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앙정권때 방한하여 국회서 연설한 내용을 들어봤냐?그는 더부러내란당 패륜 반역자들도 모르는 남북의 과거와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있어 놀라울 정도다, 한미동맹의 현실에 맞는 주둔비용의 현실적인 협상은 당연하다,6,25 남침때 3만7천명의 전사자와 10만의 부상자를 낸 희생을 한 미국에 대한 감사의 보은을 이간질로 보답하는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 2025-02-02 11:23:09

    영국의 35,37대 총리 헨리 존 템플은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영국에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미국은 1950년 초 국무장관 애치슨은 "방어해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여 화를 자초했다.결국 미군을 대거 보내 한국을 방어했다.한국과 미국의 이해관는 어떤가?안보면에서 아시아,미국 서태평양 방어에 한국이 필수적인 나라고,한국은 미국과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트럼프의 시각은 미국에 편애되어 있다.한국은 돈을 더 투자하여 자력국방을 갖추어야 한다

  • 2025-02-02 10:21:22

    어쨌던 미국이 우리가 보던 세계의 경찰 자애로운 옛날의 미국이 아니다. 많이 치사해졌고 속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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