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매출 20% 증가 등… ‘슈퍼사이클’ 맞아 호실적 이어가
올해도 ‘美함정 보수’ 등 큰 기대
中이 70% 수주, 韓 수주잔량 줄어… “신기술 개발 위한 R&D 지원 필요”
동아일보DB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국내 조선 3사가 지난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우호적인 대내외 상황 속에 조선업은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조선업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거세게 추격하고 있어 중장기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6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25조5386억 원으로 전년보다 19.9%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408% 증가한 1조4341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도 전년 대비 45.5% 늘어난 10조7760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2379억 원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매출 9조9031억 원과 영업이익 5027억 원을 거뒀다.
국내 조선 3사가 나란히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2021년 조선업 불황 시기에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을 떨쳐내고, 고부가가치 선박들을 인도하기 시작하며 나타난 성과가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더해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된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조선업이 올해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라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닌 국내 조선사들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가 기대되는 것도 호재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업이 쇠퇴한 미국은 자력으로 해군의 발주 물량을 달성하기 어려워 동맹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 격차를 줄인 중국 조선의 추격이 매서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신규 선박 수주점유율은 70.6%에 달했다. 새롭게 발주한 선박 10척 중 7척을 중국에서 수주한 셈이다. 한국은 16.7%에 그쳤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한국은 수주잔량도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3787만 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전년(3977만 CGT)보다 4.8% 줄었다. 한국 수주잔량이 감소한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를 이어 가고 있다. 아직 기술력 부문에선 한국 조선업이 앞서 있지만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기술과 생산설비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입지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국 최대 국영 조선사 중국선박그룹(CSSC)은 지난해 50억 위안(약 9929억 원)을 투자해 톈진과 우한 조선소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함정 MRO나 특수선, 해양 플랜트 사업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조선업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정부 차원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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