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사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서명문을 주고받고 있다. AP 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오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한다.’ 영부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일(현지 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자리. 첫 질문자로 나선 미국 폭스뉴스의 피터 두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인 머스크가 최근 X(구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올린 글에 대한 영부인의 반응을 웃으며 물어본 것. 트럼프 대통령 역시 활짝 웃으며 “나는 그녀가 어쨌든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 질문을 포함해 머스크나 DOGE 조직에 관한 질문만 3차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만큼, 관세나 북핵 문제 등 관심사가 많았음에도 미국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련 없는 국내 현안들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낸 것. 또 그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성실하게 답변을 쭉 이어나갔다. 간혹 옆에 선 이시바 총리만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정부 구조개혁 등 과정에서 머스크와 DOGE의 ‘월권’ 등이 크게 논란이 되는 만큼 미국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자리에서 타국 정상을 옆에 세워두고 국내 현안 관련 질문을 하는 건 다소 예의에 어긋난 행동처럼 보인다. 초대받은 정상 입장에선 핵심 성과를 부각시켜야 할 소중한 시간이 미국 국내 이슈로 묻히게 돼 관심이 분산될 수 있어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선 이러한 문화가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대(對)중국 전략과 관련한 양국 합의를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첫 질문자로 선정된 AP통신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총기 규제의 진정성’에 대한 입장부터 물었다. 당시 백악관도 이런 자유로운 질문들을 제지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성실하게 답변했다.
현지에선 이를 두고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자로 나서는 만큼,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울 던지는 건 ‘당연한 의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주요 언론사에 소속된 한 기자는 “기자가 어떤 시점이나 상황을 의식하게 되면 질문의 날카로움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에게 어떤 주제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건 여기(미국 언론 환경)에선 기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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