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정관리 직전까지 채권 판 홈플러스… 알고 팔았으면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6일 23시 24분


뉴스1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단기채권이 전체 채권 잔액의 3분의 1인 2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 분야 중소기업 등 일반 법인에 팔린 것까지 합치면 전체의 90%에 이른다. 대형 기관투자가가 아니라 정보가 부족한 개인 및 중소기업에 채권 대부분을 판 것이다.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1조 원대 리츠 및 부동산 펀드 등에 자금이 묶인 개인투자자도 많아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채권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음을 홈플러스가 미리 알고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4일 새벽 기습적으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을 공식 확인한 뒤 단 5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에만 11차례에 걸쳐 1807억 원의 단기채권을 발행했다.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는 데는 통상 두 달 이상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측이 등급 하락을 예상하고 법정관리를 사전에 준비했을 것이란 의혹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와 달리 홈플러스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MBK의 무리한 차입경영의 실패로 봐야 한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인수 대금 6조 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2조7000억 원을 대출로 조달했다. 이자 등은 알짜 매장 20여 개를 팔아가며 메웠다. 홈플러스가 번 돈으로 빚을 갚는 구조여서 투자는 뒷전이었다. 이번에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별다른 자구노력 없이 최후의 수단인 법정관리로 직행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16일 김병주 MBK 회장은 홈플러스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사재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규모를 밝히지 않아 진정성을 확인하긴 어렵다. MBK와 홈플러스는 경영 악화의 책임을 통감하고 직원, 협력사, 투자자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도 채권 사기 판매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빚을 내 기업을 사들인 뒤 실적이 나빠지면 나 몰라라 하는 사모펀드의 ‘먹튀’ 경영을 막을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법정관리#채권#홈플러스#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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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3-17 00:38:45

    이북 김정은이었음 악덕 지주라고 공개처형 했을텐데… 안타깝다 70-80년대 박정희나 전두환이었으면 돈놀이로 돈버는건 남산에 끌고가 반** 만들고 돈은 다 뺐어버려서 저런 개짓거리 못하게 했을텐데.

  • 2025-03-17 05:45:26

    사기당한 국민연금 책임자와 그 배후를 검찰이 수사해라. 애네들 또 초단위로 계산해서 깜빵에서 풀어주겠지. 아예 구속 수사도 하지 않겠지.

  • 2025-03-17 12:47:06

    금융사기꾼에 놀아난 홈플러스~이제 세계유명대학 MBA라고 떠드는놈들은 사기꾼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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