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180km 퍽 막던 ‘골리’ 신소정 “포수라서 행복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7일 23시 09분


여자 대표팀 골리였던 신소정 고려대 아이스하키팀 골리 코치(가운데)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신소정 제공
여자 대표팀 골리였던 신소정 고려대 아이스하키팀 골리 코치(가운데)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신소정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신소정(35)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일곱 살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그는 중학생이던 2004년 대표팀에 발탁된 후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15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주전 ‘골리’였던 그는 북한과 단일팀을 이룬 평창 올림픽 때도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단일팀은 당시 5전 전패를 당했지만 그는 236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210개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아이스하키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격렬한 종목이다. 퍽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슛은 시속 180km까지 나온다. 남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종목이지만 그는 평생을 아이스하키와 함께 살고 있다.

현재 신소정은 고려대 남자 아이스하키팀의 골리 코치로 일하고 있다. 2021년 말 팀에 합류했으니 벌써 5년 차. 팀 내에서 그는 유일한 여성이다. 그에게는 익숙한 상황이다. 그가 운동을 하던 초중고교 시절 한국에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스하키를 계속하기 위해 그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해야 했다.

2013년 아이스하키 종주국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것도 뛸 팀을 찾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는 캐나다 1부 리그의 34개 모든 팀에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냈고, 그를 선택한 프랜시스 제이비어대에 입학했다. 그는 2016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 뉴욕에 입단했다. 신소정은 “돌이켜 보면 남자 선수들과 함께 운동했던 건 큰 행운이었다”라며 “남자 선수들 틈에서 강하게 단련했기에 해외에서도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2020년부터 2년간은 남자 실업팀 대명 킬러웨일즈(해체)의 골리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는 실업팀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코치였다. 신소정은 “골리 출신인 케빈 콘스탄틴 당시 대명 감독님이 편견 없이 저를 불러주셨다”라면서 “고려대도 오직 실력만 보고 저를 받아주셨다. 여자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이 전해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와 함께 그를 지탱하는 또 한 축은 야구다. 신소정은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운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예전엔 골프를 했는데 개인 종목이다 보니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야구를 하면서 아이스하키 선수 때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일찍 집 근처 야구 레슨장에서 타격, 수비, 캐치볼 등 개인 훈련을 한 뒤 고려대 하키장으로 출근한다. 퇴근 후엔 다시 야구장에 들러 그룹 레슨을 받는다. 야구를 시작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전 포수이자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주중에는 연습을 하고, 주말에 주로 경기를 뛴다. 그가 소속된 여자 사회인 야구팀 리얼 디아몬즈는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자이언츠배 여자야구대회에서도 우승했고, 신소정은 수훈상을 받았다. 신소정은 “골리로 빠른 퍽을 받다가 포수로 야구공을 받으니 적응이 딱히 어렵지 않았다”며 “건강 관리 겸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시작한 야구에 푹 빠졌다. 취미이지만 이왕이면 더욱더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신소정#여자 아이스하키#골리 코치#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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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8 13:44:08

    멋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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