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잘나갈 때 조심하라”
청와대 사람들은 좋겠다. 매일 야근을 하더라도 9급 공무원만 될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는 청춘이 줄을 섰는데, 연차휴가 잘 쓰고 수요일 ‘가정의 날’ 칼퇴근 할수록 성과점수를 더 준다니 ‘헤븐(heaven·천국) 조선’이 거긴가 싶다. 지난 주말 여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
- 201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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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람들은 좋겠다. 매일 야근을 하더라도 9급 공무원만 될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는 청춘이 줄을 섰는데, 연차휴가 잘 쓰고 수요일 ‘가정의 날’ 칼퇴근 할수록 성과점수를 더 준다니 ‘헤븐(heaven·천국) 조선’이 거긴가 싶다. 지난 주말 여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
‘서울 불바다’ 같은 북의 위협을 우리는 공갈로 친다. 불바다에 비하면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는 별것도 아닌 듯한데 북한은 덜컥 괌 포위공격을 예고해 버렸다. 우리에겐 익숙해진 지금의 북핵 위기가 미국에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가장…
6·25 때 주먹밥도 아니고, 황태절임을 먹으면서 ‘고난 극복’의 메시지를 알아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28일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찬을 기획한 청와대도 그게 걱정됐던 모양이다. ‘셰프님 말씀’ 식순에 따라 등장한 임지호 셰프는 “황태가 추운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만…
한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카페에 들렀다 혈압이 오르는 경험을 했다. 40대 초반이라는 고양시 8급 공무원이 “야근하다 잠 와서 30분 동안 모든 질문 답함”이라며 ‘자유수다’를 시작한 것이 평일인 13일 오후 8시 36분. 야근이 많은가, 동사무소와 시청 중 어디가 더…
도검(刀劍) 마니아들은 다마스커스 검을 안다. 중세 유럽 때 십자군 기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는 무슬림 전사들의 ‘악마의 칼’이다. 17세기까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집중 생산된 특유의 줄무늬가 있는 칼인데 지금도 제조법을 모른다고 한다.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열 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3명 중 3등을 한 사람이다. 그가 2015년 혁신위원장을 맡아 만든 혁신안에 대해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보 같은 룰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공개 망신을 줬다. 그러고도 민주당은 작년 4·13…
한때 ‘알부남’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1996년 말 ‘야당 투사’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온건보수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그 말을 썼다. “내가 알부남이에요.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결과적으로 ‘DJ의 알부남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몇몇 …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였던 노혜경 시인이 ‘문재인을 잘못 봤다’는 고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내가 본 문재인은 소극적이고 낯가리고 권력의지 없고…대통령이 되면 나무 위에서 흔들리다 떨어질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지금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타났…
해외 언론만 보면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이미 끝난 것 같다. 대선은 분명 9일인데 미국의 주요 매체는 물론이고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헤럴드라는 신문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처럼 쏟아낸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책쇼핑몰을 내건 ‘문재인1번가’에서도 “세계가 진짜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5년 전 “문재인과 이념적 갭을 느꼈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말 “이제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고 선언한 지 열흘쯤 지나 자문그룹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다. “특히 TV토론을 하면서 이념 차이를 많이 느꼈다”면서 안철수 자…
“국민은 ‘노무현 시즌 2’를 바라지 않는다.”“불통하고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선택하겠는가.”18대 대통령을 뽑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012년 11월 27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상대를 이렇게 비난했다. 유세 첫날부터 네거티브 공세라는 비판이 …
“5년 전 정부는 우리의 경제 미래가 미국이나 유럽 아닌 중국에 있다고 선언했다. 현 정부 외교정책도 아시아 중심이다. 그런데 아시아 세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무슨 소린가.” 9일 호주 국영방송 ABC라디오는 ‘아시아 세기의 종언(The End …
결국 승복 발언은 없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심판을 통한 대통령 파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은 헌재 결정 이틀 만에 청와대를 떠나며 침묵보다 못 한 폭탄을 던졌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무서운 시한폭탄이다. 불복 투쟁 독려라고는…
100년 전 세계를 바꿔놓은 볼셰비키 혁명도 레닌의 귀환이 불발됐다면 없었을지 모른다. 오스트리아 지식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소개한 얘기다. 1917년 2월(러시아 구력·舊曆) 러시아 차르에 대항한 궁중반란이 일어났을 때 레닌은 스위스에 발이 묶여 있었다. 반…
언론 출신 선배 중에도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분들이 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또는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대한민국이 무너질까 봐 걱정돼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다고 굳이 설명한다. “언론이 너무 한다”는 한마디도 빼놓지 않는다. 존중한다. 그럼에도 가슴이 꽉 막히는 이유…
살아 있다면 올해 100세인 존 F 케네디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한 대통령이었다. ‘미국 우선주의’ 도널드 트럼프와 정반대다. 케네디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기 1년 반 전 쿠바 피그스 만 침공 때는 처절하게 실패했다. 그 이유가 미국 최고 똑똑이들의 ‘집단사고’…
신문사가 광화문 한복판에 있어 토요일마다 애국시민들을 본다.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든 쪽과 태극기를 든 쪽은 표정부터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 쪽은 밝다. 이제 나라가 바로잡힐 수 있다는 희망에 찬 것 같다. 반면 탄핵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쪽은 나라가 망할…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리고 웃어도 할 수 없지만 240년 전 병신년(丙申年)에 즉위한 정조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통점이 꽤 있다. 첫째 만기친람(萬機親覽)이다. 온갖 정사를 임금이 친히 보살핀다는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조선 국왕이 정조였다. 보고서 읽기를 좋아했고, “작은 일에 너…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틀 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야당으로서 촛불시위에 같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자연적으로 (대권이) 나에게 올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거다. 다분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언급…
최재경 민정수석은 4년 전에도 사표를 쓴 적이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2년 말, 현직 고검장 뇌물수수 등 내부 비리로 곤경에 처한 한상대 검찰총장이 반전(反轉) 카드로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이었던 자신의 감찰을 지시했을 때다. ‘제일 중요한 건 첫째가 조직, 둘째가 상관’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