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에 대한 최종 금지판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여야 대표들과 회동에서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경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금지대상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날 중앙일간지 출신 강민석 대변인은 “중국 눈치 보기라는 일각의 주장은 유감”이라고 말함으로써 절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해 알아서 기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인 전용 입국장 같은 ‘특별입국절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충분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환추시보가 중국의 삐뚤어진 입이긴 해도 “외교보다 방역”이라고 한 말이 옳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안 시킨 게 아니라는 데는 나도 동의한다. ● 시진핑이 중국인…訪韓 금지 할 수 있나
4월 시진핑의 일본 국빈 방문 전, 그러니까 3월쯤 한국을 먼저 방문할 것을 필사적으로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다. 시진핑이 중국인인데 덜컥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시켰다가, 시진핑 방한 무렵에 더구나 중국발(發) 코로나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 슬그머니 입국 금지령을 해제할 수 있겠나.
일본이 후베이성 체류자에 대해서만 입국 금지 조치를 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 나라도 내심 복잡할 것이다.
27일 NHK는 ‘외교장관이 26일 통화에서 시진핑의 4월 방일을 위해 의사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틀 전만 해도 연기될 듯한 분위기였다. ‘일본 정부는 우선 시 주석의 방일과 관련한 중국 측의 반응을 주시할 방침’이라는 보도를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매년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 연기한 판에 시진핑 방일이 가능하겠느냐는 뉘앙스가 역력하다. ● 시진핑이 바이러스를 몰고 온다면
일본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만에 하나, 시진핑 방일단이 묻혀 올 수도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다.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1월 30일자에 벌써 “시진핑이 황궁을 방문해 나루히토 천황과 만찬을 가질 것이고,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 다른 도시들도 방문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시진핑을 수행하는 중국인들이 사전 준비단을 포함해 수백 명이다.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각지에서 활약하는 관료와 기업인들도 몰려온다. 물론 엄격한 건강 체크는 받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건 무증상 바이러스 때문이다.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없어 본인도 감염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 방일 준비단이나 수행단에 순결한 감염자가 포함돼 황궁을 방문해선 천황을 감염시킨다면, 일본에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 “과거에도 訪日 연기” 소개하는 일본
닛케이는 “중국에서 감염병이 종식되기 전에 국빈 방문이 이뤄진다면 일본의 위기관리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두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17년 전 중국에서 사스가 창궐했을 때도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사스가 잦아든 다음인 2003년 5월에야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그리고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방문했다며 “혹여 정상회담에 바이러스를 묻혀 가는 악몽이 생기지 않을까 후진타오의 부인까지 엄격한 검사를 받았다”고 친절히 소개까지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과거에 국내 사정을 이유로 방일을 연기한 사례가 있다”고 굳이 전하기도 했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1998년 9월 방일을 예정했다가 그해 여름 창장(長江) 유역에 홍수가 나자 두 달 후로 일본 방문을 연기했다는 거다. 제발 알아서 오지 말아 달라는 속내가 뚝뚝 묻어난다. ● 시진핑 訪日 연기, 누가 먼저 발설하나
산케이신문이 24일 일본과 중국에서 모두 연기하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건 눈물겹기까지 하다.
중국으로선 시진핑의 방일 연기를 먼저 언급할 경우, 코로나19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게 되니 절대 못할 일이다. 시진핑이 국빈 방문에서 나루히토 천황과 악수까지 한다면 ‘코로나 종식 선언’을 국제적으로 연출할 수 있어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마땅하다.
일본으로선 ‘무리 안 하셔도 된다’고 말을 꺼낼 경우, 일본이 먼저 연기론을 꺼냈다고 중국에 외교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 일본 측에서 겉으로는 “공은 중국에 있다. 일본으로선 예정대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얌전히 끌려가는 모양새인 것도 이 때문이다.
● 확진자 2000명 넘는 한국, 시진핑이 오겠나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이 넘어버린 한국을 시진핑이 방문한다는 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이 더 위험하다며 안 오는 판국이다. 전 세계의 4분의 1이 넘는 50여 개국에서 한국 출입을 제한했고, 중국에선 한국인 집에 봉인 딱지까지 붙였다. 코로나 감염이 피크에 도달할 것이라는 3월에 설령 시진핑이 방한을 하겠다면, 이번엔 일본에서 결사반대할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시진핑에게 전화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방역도 그만큼 시급해졌으니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양해하여 달라는 전화인 줄 알았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3만여 명이나 됐던 시기여서다.
이날 청와대 발표문 맨 끝에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금년 상반기 방한을 변함없이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는 외교 당국간에 조율하기로 했다”는 대목을 보면 청와대가 얼마나 시진핑의 방한에 목매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발표문에는 시진핑의 방한에 대한 언급이 한 글자도 없기 때문이다.
● 이래도 중국에 목매달 것인가
이런 굴욕을 겪으면서까지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방한에 매달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취임 첫해인 2017년과 2019년 12월 두 번이나 중국을 방문했던 대통령으로선 집권 중반을 넘기도록 시진핑 답방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 못내 아플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시진핑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첫 국가주석이었다. 그가 작년 6월 북한을 방문하고도 아직까지 청와대를 찾지 않았으니 친중(親中) 정부로선 마치 조선시대 책봉을 못 받은 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 인터넷에는 중국의 마수를 경고하는 가짜뉴스까지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조선족 댓글 부대와 중국의 개입으로 당선됐고 그 빚 때문에 아무 소리 못한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다.
● 짜파구리도, 짜장면도 이젠 싫다
가짜뉴스엔 안 속는다 해도, 지금 국민들 사이엔 짜파구리도 싫어졌다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는 총선 전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물 건너갔으니 시진핑이라도 방한해야 4월 총선에 이롭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 반대가 될 공산이 크다. 설사 시진핑이 일본 빼고 한국만 온다고 해도 집권여당의 득표에 도움 되지 않을 게 뻔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국민은 중국과 문재인 정부의 맨얼굴을 똑똑히 봤다. 그것만으로도 코로나19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고 본다. 그러고도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방한 성사에 목매단다면, 국민은 이 정부가 정말로 중국에 말 못할 빚을 졌다고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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