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나오나 했다. 국민을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갈라치는 좌파의 전매특허. 서울시장 보궐선거 집권당 주자인 우상호 의원은 “23억짜리 아파트 녹물은 보이고 23만 반지하 서민 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28일 SNS 포문을 열었다. 강남 은마아파트, 지은 지 42년이 넘어 녹물이 나오는 곳을 찾아 재건축을 공약한 나경원 국민의힘 주자를 겨냥해서다.
우상호는 은마아파트 32평형 시세가 23억 원이고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하면 ‘예상가액은 약 50억 원에 이를 예정’이라며(추정도, 예상도 아닌 예정이라니 기이한 어법이다. 집권당은 아파트값도 미리 정할 작정인가) “서민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가격”이라고 했다. 그러곤 익숙한 감성을 건드린 거다. “문득 내가 다녀온 강북 반지하에 살고 계신 장애인 부부가 떠올랐다”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서울시장 박원순도 비슷한 소리를 했었다. 2019년 4월 8일 노후주거지역 주민들 앞에서 자신의 재건축·재개발 억제 정책을 역설하는 자리였다. “여러분은 제가 피를 흘리며 서 있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 ‘정치쇼’의 원조는 박원순이었다
피를 흘린다고? 충격적 발언으로 사람을 놀라게 한 박원순은 “아침에 화장해서 얼굴은 말끔한 것 같지만 저는 피를 흘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저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층고를 높여 달라, 용적률을 높여 달라(요구하는지)…”면서 괴로운 듯 말했다. “사람들이 개미구멍처럼 (집에) 찾아 들어가면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마치 당신들이 재건축을 요구하는 바람에 옆집에선 개미구멍에 살고 있다는 식의, 죄책감을 자아내는 어법이다.
흥. 그렇게 절륜한 공감능력을 지닌 시장이 화장은 왜 하셨을까.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를 생각한다면 박원순은 화장 따윈 하지 말았어야 한다. 개미구멍에 사는 서민이 진정 가슴 아프다면 시장은 전셋값 28억 원이나 되는 가회동 공관이 아니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계속 살아야 맞다.
쇼의 원조는 탁현민이 아니라 박원순이었다. 그는 옥탑방에서 선풍기를 틀고 지낸 한 달을 자랑하며 “옛날 쌀집, 이발관, 전파상, 이런 것들이 없어지고 프랜차이즈, 대형마트로 (주민들이) 다 갔다”고 개탄했다. “(이런 것이) 전 세계 불평등, 99 대 1의 사회를 만든 원천이라는 깨달음을 가졌다”고 했지만, 얄팍하다. 쌀집이 없어지고 대형마트가 생겨 불평등해졌다는 논리는 자동차 말고 우마차 타야 평등해진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황당한 시장에게 빼앗긴 억울한 10년
시장이 살다 간 뒤 삼양동이 발전했으면 또 모른다. 달라진 건 노인 쉼터 하나라는 게 매일경제 보도다. 심지어 동네시장 상인들은 도시가스 공급이라도 해결해 주길 원했는데 시청에선 시장길 도로정비를 하는 ‘성은’을 베풀었다. ‘도로정비 예산’이어서 다른 건 안 된다고 했다니, 이런 황당한 시장 아래 서울시민이 10년을 살았다는 얘기다.
포르투갈의 집권 사회당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는 그 따위 쇼를 하지 않았다. 2011년 리스본 시장 시절 그는 마약과 매매춘이 우글거리는 옛 타일공장 자리, 인텐덴트(Intendente) 지역으로 아예 시청을 옮겨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럽연합 중에서도 약한 고리인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재정위기로 번졌을 때였다.
오늘날 리스본에서도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히는 인텐덴트가 그 결과 탄생했다(아… 코로나19만 사라지면 꼭 다시 갈 거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멋과 맛, 꿈과 끼로 공간을 채웠다. 땅값 올라서 못해준다! 관(官)이 이런 식이면 그 동네 사람들은 계속 마약과 매매춘으로 살라는 얘기다. 땅값은 오를지 몰라도 임금 오르고, 일자리 많아지면 훨씬 이익이다. 무엇보다 내 꿈과 끼와 깡을 통해 돈도 벌 수 있다는 것만큼 신바람 나는 것도 없다.
● 수구꼴통 좌파 말고 제대로 하라
불평등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시장은 그런 일을 하라고 혈세로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다. 유능한 좌파 리스본 시장 코스타도 덕분에 2017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총리가 됐다. 이 나라에선 그런 시장이 없기 때문에 2030세대가 ‘벼락거지’ 될까 봐 죽창 대신 주식에 매달리는 동학개미가 되는 것이다.
우상호는 “오래된 은마아파트 상황도 안타깝지만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책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마만 챙기고 반지하는 내버려두라는 서울시민은 단언컨대 1명도 없다. 둘 다 하면 된다. 새 은마에서 나오는 더 많은 세금으로 서민주거를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다. 서민 위한다는 좌파정치를 하려면 제대로 하란 말이다!
그러나 그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 전체를 위한 행정서비스를 하는 공직자라는 사실이다. 서민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서민만을 위하고 은마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녹물을 먹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인민과 적인(敵人·인민의 적)으로 갈라 인민에게는 민주를, 적인에게는 독재를 하는 인민민주독재다. 이런 좌파정치를 휘두르는 정치인을, 서울시장 잠깐 하고 대통령 나서려는 정치꾼을 서울시민이 또 뽑아야 할 이유는 없다.
● 서울 수복에 동참하실 분, 어디 없나요
극단적 선택을 한 (좌파) 정치인에 대해선 우리가 모든 허물을 잊고, 순교자처럼 기억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박원순의 경우, 고인의 성추행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가 인정한 사실이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집권당에 소속된 지자체장 때문에 487억5111만 원의 혈세를 들여 치른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시절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중대한 실수로 보궐선거를 진행할 경우 후보를 내지 못하게 당헌에 규정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러고도 신년회견에서 “당원의 전체 의사가 당헌”이라고 약속 파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언급한 사실은 중요하다. 국민에 대한 어떤 약속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언제든지, 얼마든지 깨버리는 정권임을 온몸으로 입증한 것이다.
4월 7일 선거가 집권당 탓이라는 것 말고도, 성추행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걸 빼고도 박원순의 위선과 무능, 반(反)개발 일변도의 수구꼴통 정책, 행정서비스 아닌 좌파정치로 인해 서울시민이 겪은 10년의 고통을 또 되풀이할 순 없다. 박원순과 비슷한 소리를 하는 우상호나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박영선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박원순 같은 좌파정치에 사로잡혀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민인 나는 서울특별시가 좌파에서 해방되는 그날을 위해 시리즈로 글을 올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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