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전격 경질됐다. 본인은 사퇴라지만 대통령이 문책 경질한 것이어야 마땅하다. 작년 7월 29일 자기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 올려 계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날은 전월세 5% 인상 상한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 처리된 날이었다. 30일 본회의 통과, 31일 국무회의 통과 후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기 이틀 전 김상조는 서둘러 사익을 챙겼다.
법적으로 그가 잘못한 건 없다. 그럼에도 경질된 것은 전월세상한제가 전격 실시된다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3기 신도시 발표 전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로 사익을 노린 것이 LH사태다. ‘김상조 사태’는 미공개 내부정보로 사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LH사태와 닮은꼴이다.
● 미공개 내부정보로 사익 챙기기
당초 청와대는 김상조도 세입자인데 자기가 사는 전셋집의 임대료가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그 청와대 관계자도 혈세로 비싼 월급 받으며 김상조 개인의 변명이나 해주다니 한심한 혈세 낭비다). 그러나 김상조가 땅 투기만 안 했을 뿐이지 청와대 내부의 탐욕과 불통의 논의구조, 공직자 무능과 비윤리성이 드러났다는 점에선 LH사태보다 더 심각하다.
진정 김상조가 양심적 공직자라면 전월세상한제를 논하는 당청회의에서 “이 법은 문제가 있다. 개인적 사례지만 나만해도 이만저만하게…” 식으로 보완을 주장했어야 옳다. 틈새기간을 이용한 임대료 급등, 전셋집 공급 감소, 전세의 월세 전환 급증 등 부작용을 김상조가 몰랐을 리 없다. ‘운동권 청와대’의 강성분위기 때문에 입을 못 뗐다면 불행한 일이다. 입은 뗐으나 보완책 마련까지 못 갔어도 당청 논의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김상조가 청와대에선 잠자코 있다가 집에 가서 냉큼 전셋값이나 올려 받았다면 파렴치하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이틀 뒤 새 법이 시행된대도 5% 정도만 올리고 말지, 이런 얌체 짓은 못 한다. 내가 사는 전셋집의 임대료도 올랐기 때문이라고? 그럼 공직자로서 그런 법을 막아야 옳지, 입 다물고 있는 것이야말로 파렴치한 직무유기다(심지어 김상조는 예금 재산만도 꽤 되는 사람이다).
● 권력이용한 치부, 김상조뿐인가
29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불법 투기 근절·재발방지 대책’이 얍삽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자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위해 미공개 정보 이용 투기를 강력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영악한 공직자는 김상조처럼 이미 살뜰하게 사익을 챙겨 놨을 것으로 사료된다.
부동산정보만 문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든 뉴딜정책이든, 권력 내부에서 논의되는 모든 미공개 정보는 그 자체가 바깥세상에선 돈이다. 어디 정책 관련 정보뿐인가. 돈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인허가권 역시 최고의 권력이자 노다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농지 매입도 그래서 개운치 않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귀농 귀촌을 준비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소리다. 값싼 농지를 사서 그렇게 쉽고 빠르게 농지 전용(轉用)허가를 받는 걸 민간에선 ‘빽’이라고 한다. 농지 낀 사저 부지를 사들여 특혜성 농지 전용을 하고도 청와대는 국민 앞에 뻔뻔할 만큼 태연하니까 그 탄탄했던 40대 돌부처들도 돌아앉는 것이다.
● 집권세력 도둑정치 속수무책인가
권력자가 뇌물 받는 것만 부패가 아니다. 집권세력이 법과 제도를 교묘하게 움직여 국민의 재산을 축내고 사익을 챙기는 게 부패이고, 도둑정치(kleptocracy)다. 결과적으로 이익이 됐대도 마찬가지다. 김상조나 문 대통령처럼 문제를 알고도 가만히 있었기에 그들은 사익을 늘렸고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급등했다.
김상조 꼬리 자르기로 집권세력의 실정을 덮어선 안 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 때문에 혈세 들여 치르는 선거다. 집권세력에 제대로 된 경고장을 보내지 못하면 국민은 개돼지 취급 받으며 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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