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국가채무비율까지 국민 속일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일 18시 39분


2차 재난지원금이든, 대선용 재난지원금이든, 이번엔 주는 대로 받을 작정이다. 작년 4월 첫 전 국민 지급 때는 신청 안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장 탄탄한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자발적 포기’를 해야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될 거라는 소박한 선의는 갖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자발적 기부’는 달랑 0.2%였다(전체 수령금 13조6000억 원 중 겨우 282억 원). 대통령 아들도 긴급 예술지원금이라는 ‘공돈’을 1400만 원이나 받아먹는 나라에서 괜히 시민의식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 싶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운데)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운데)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2021년 채무비율 48.2% 아닌 120%이상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정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확 늘릴 모양이다. 작년 10월 시행령을 만들 때 적용 시기를 2025년부터로 정했는데 2차 추경까지 하면 2024년 벌써 60%를 넘기 때문이란다.

매우 양심적인 정부 같지만 그 전에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비율 계산은 국제기준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2018년 35.9%였다는 국가채무비율을 국제기준대로 바꾸면 무려 106.8%다. 2021년 48.2%를 국제기준으로 고치면 12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집권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80%수준이므로 한국형 재정준칙 60%가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봉창을 두드리고 있다.

● 국제기준과 다른 국가채무비율 계산법
국제통화기금(IMF)이 2014년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는 국가채무(D1)에 일반정부 채무(D2), 공공부문 부채(D3)까지 합산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OECD 회원국들은 다 이렇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달랑 국가채무(D1·2018년 680조5000억 원)만 국가부채로 쳐서 35.9%라는 거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맨 앞줄 왼쪽)과 김부겸 국무총리(맨 앞줄 오른쪽)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맨 앞줄 왼쪽)과 김부겸 국무총리(맨 앞줄 오른쪽)


국제기준과는 달리 D2 즉 비영리공공기관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채무(2018년 759조7000억 원), D3 즉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추가로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2018년 1078조 원), 그리고 비확정 부채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채워줘야 하는 연금충당부채 939조9000억 원은 마치 정부가 갚을 의무가 없는 것처럼 국가부채가 아니라고 우기는 꼴이다.

선진국 하는 대로 D1+D2+D3로 계산하면 2018년 국가채무는 2017조9000억 원, GDP대비 106.8%로 훅 늘어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작년 8월 발표한 결과다. 공기업 부채 등 가장 최근의 자료로 조경엽 공공정책연구실장이 새로 계산한 2019년 국가부채비율은 111.1%였다.

그럼 왜 한국은 바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연금이 너무나 많아서다. 한마디로, 국민 속이는 짓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 야당 때는 “재정건전성 40%” 질타했던 文
꼭 2년 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이 미국은 100%, 일본은 200%가 넘는데 우리 정부는 40% 안팎에서 관리하겠다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다(2017년 기준 미국 136%, 일본 233%).

야당 대표 때인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지출을 3% 늘린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넘었다”고 맹비난했던 자신을 망각한 모양이다.

미국은 그래도 된다. 아무리 빚이 많아도 달러를 찍어 막을 수 있는 특권이 있어 국가부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 역시 국제금융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안전자산이다. 더구나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 한 몸 같은 동맹이다. 작년 3월 600억 달러(당시 환율 약 76조800억 원) 통화스와프를 맺었고, 6개월씩 연장해 9월 30일이 만기인 문 정권과는 차원이 다르다.

● 홍남기 연금까지 대주고 싶지 않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가 김부겸 국무총리와 얼굴을 가까이 하고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가 김부겸 국무총리와 얼굴을 가까이 하고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나라의 곳간지기여야 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는 심지어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국민을 가르치려 들었다. 통상 ‘나랏빚’으로 지칭되는 국가채무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갚을 의무가 있는 것이지만 공무원연금 같은 비확정 부채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우하하. 국가 의무가 없다면 작년 3조원의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는 왜 피 같은 내 돈으로 메꿔줬는지 답하기 바란다. 공무원연금은 28년째 , 군인연금은 48년째 적자여서 세금으로 충당된다. 과거엔 공무원들 박봉이어서 혈세로 노후보장을 해줬다지만 지금 그들은 귀족이다. 문 정부 들어 공무원 숫자도 대폭 늘었다. 군대는 그래도 나라를 지킨다지만 특공(아파트) 특권까지 누리는 공공귀족은 국민의 피를 말리는 족속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코로나19 사태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고 치자. 그렇다면 국제기준대로 국가부채 계산부터 고치기 바란다. 그 다음에 한국형 재정준칙인지, K재정준칙인지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혈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써댈 것이 아니라, 홍남기 당신 돈을 쓰듯 제대로 써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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