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대장동으로 본 ‘경제 대통령’ 이재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0일 1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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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식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다. 마침 내일 열리는 TV토론 주제가 ‘코로나 시대의 경제 대책’과 ‘차기 정부 경제 정책 방향’. 이재명에게 내일 토론은 지지율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일 터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은 뭘 물어도 청산유수다. 그래서 좀 미심쩍은 답을 들어도 그게 잘못된 답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꽤 있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도 그렇다. 마치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세계은행이 내다본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4.1%다(선진국 3.8%, 신흥국 4.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영상 광고. 이재명 유튜브 채널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영상 광고. 이재명 유튜브 채널 캡처

● 좌파 정책으로 한국만 위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망을 보면 우리만 2.7%로 나쁘다. 영국 5.6%, 독일과 캐나다는 4.2%, 미국 3.8%, 일본도 3.0% 성장이 예상된다. 심지어 전쟁 날까 조마조마한 우크라이나도 4.1%로 우리보다 낫다. 그러니까 우리만 이 모양이라는 얘기다.

왜 그렇겠나. 최저임금 급진적 인상, 공공부문 급격한 확대, 노동시간 과격한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8차례의 미친 부동산정책…. 이 정도면 좌파 경제학자들이 30년 간 골방에서 외쳐온 정책들을 거의 다 실천한 거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재명이 소속된 바로 그 더불어민주당과 그 대통령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위기에 강한’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을 거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작명도 했다. 하지만 따져보자. 그가 왜, 어떤 점에서 경제 대통령이란 말인가?
● 이재명의 최대치적 대장동 개발
나라 경제를 망친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더 왼쪽의 해법을 내놓은 것도 참 독특하다. 소득주도성장 뺨치는 국가주도성장이다. 이재명은 ‘전환적 공정 성장’을 통해 ‘5.5.5. 공약(국력 세계 5위, 국민소득 5만 달러 및 코스피 5000)’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뒤로 ‘대한민국 대전환’ 표어가 걸려 있다.(2021년 11월 촬영) 동아일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뒤로 ‘대한민국 대전환’ 표어가 걸려 있다.(2021년 11월 촬영) 동아일보DB

국가주도성장으로 성공한 사례로 이재명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든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뉴딜정책 아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살아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보다 진짜 이재명이 유능한지 알아보려면, 미래 공약보다는 이미 해놓은 일을 보는 게 빠를 터다.

그는 작년 9월 “대장동 개발은 지금도 제가 자랑하는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고 했다. “뚝심 있게 공공개발로 전환해 개발이익 5503억 원을 환수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대표적 모범개발행정 사례”라는 것이다. 맞다! 대장동이다.
● 대장동 국감에서 유동규 잡아뗐던 이재명
3일 첫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장동 얘기를 꺼내자 이재명은 “제가 자청한 국감에서 탈탈 털다시피 검증했다”고 말했다. “시간 낭비하기보다 민생 경제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국감 때 모든 의혹이 다 해소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의 질의에 반박하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위)와 2018년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한 유동규와 기념사진을 찍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아래). 이 후보는 국정감사 당시 유동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10월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의 질의에 반박하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위)와 2018년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한 유동규와 기념사진을 찍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아래). 이 후보는 국정감사 당시 유동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동아일보DB

뒤져보니, 10월 대장동 국정감사에서 이재명은 야권에서 요구한 관련 자료 200여 건 중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측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해서도 이재명은 “잘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국감 이후 얼마나 많은 사실이 새로 드러났는지 우리는 안다. 다만 세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믿고 이재명은 3일 토론에서 “이미 검증 끝났다”고 또 국민을 속였던 거다.
● ‘대장동 모델’이 국가주도성장이다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면 ‘대장동 모델’이 결국 국가주도성장 정책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TV토론에서 윤석열도 말하지 않았던가. “대장동 개발로 김만배 등이 3억 5000만원을 투자해 6400억 원을 챙겼는데 이 후보는 ‘내가 설계했다’ ‘다시 (설계)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안철수도 말했다. “본질은 1조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게 갔다는 것”이라고. 심지어 심상정도 말했다. “이재명이 투기세력과 공범이냐, 아니면 활용당한 무능이냐.”

백만 번 양보해서, ‘대장동 개발’에 이재명 잘못은 한 개도 없다고 치자. 그럼에도 이재명이 주장하는 공공환수는 5503억 원이 아니라 1800억 원이라고 이재명 최대 치적을 ‘깎아서 볼’ 필요가 있다. 공원이나 터널은 공공환수한 돈에서 조성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시행사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 법카로 소고기, 세금으로 퍼주기
민주당은 19일 새벽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으로 기습 처리했다. 이재명의 ‘유능한 경제 대통령’ 캠페인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영업자·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 씩 지급해야 한다는 거다. 이재명은 추경 통과 뒤 페이스북에 “늦어서 죄송한다”며 “곧 추가로 더 하겠다”고 썼다.

이재명의 배우자 김혜경은 법카로 소고기, 초밥 등등을 사 먹었다. 이재명은 세금으로 국민에게 300만원 씩 뿌리려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이달 9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과잉의전 논란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이달 9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과잉의전 논란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동아일보DB


그래서 경제가 나아지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경제 대통령’이라는 소리는 말기 바란다. 법카로 얼마나 재미났는지 몰라도, 퍼주기로 거덜 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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