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응원한다. 하지만 취임사 “국가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바로 다음 이어진 문장은 난해하다.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다. 바로 그 독립정신으로, 대한민국은 원조받던 국가 중 유일하게 원조하는 국가로 성공했다”며 “이 사실을 우리는 당당하게 자랑해야 한다”고 썼다. 그럼 우리 국가 정체성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정신이라는 말씀? |
이종찬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의 손자이고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1869~1953)의 종손자다. 1919년 세운 임정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의 ‘가장 중요한 원로단체’를 자임한 광복회의 회장이 국가정체성의 원천으로 ‘대한민국 원년 1919년’을 드는 식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우리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본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생각나서다. |
“‘대한민국 원년은 1919년’이라는 표현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라는 현행 헌법 전문이나 마찬가지로 독립의지와 민주공화국의 이념적 기조가 그때부터 이어져 왔다고 해석되는 한에서는 무난할 수 있다”고 전제하긴 했다. 그럼에도 “임시정부는 어디까지나 임시정부이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권능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정식국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
“…..과거 왕조체제를 복원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근대국민국가를 새롭게 세웠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건국은 혁명적이었다는 것이다. 1919년 수립된 임정은 안타깝지만 영토와 주민에 통치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승인을 받지도 못했다(근대국제정치체제의 출발점이 된 베스트팔렌체제에 따르면 승인은 국가 존재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미국은 유럽의 망명정부들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가 확인될 때까진 승인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임정은 국민투표를 통해 수립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임시정부’였다고 김영호는 2015년 저서 ‘대한민국의 건국혁명’에 썼다.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서 인정을 받은 것은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이라는 의미다. |
이종찬은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1919년을 기준으로 하면 4352년 전 이미 건국한 나라”라며 기미년 3.1독립선언서에 ‘조선건국 4252년 3월 1일 조선민족대표’라고써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당연하다. 그들은 조선사람이었으므로). “그런 취지에서 이인호 선생이 말한 1948년 건국은 더더욱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달 제74주기 백범 김구 선생 추모식에서 “대한민국의 원년이 1919년임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세력은 극좌파 친북이적집단 아니면 한국의 독립운동을 고의로 폄하하고 왜곡하는 소위 극우세력”이라고 못박은 데 이어 ‘회신’에선 “좌나 우나 할 것 없이 민족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저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썼다. 자신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극좌 아니면 극우, 심지어 반민족이라는 발상은 그가 1980년대 활약했던 전두환 파쇼정권을 연상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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