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한 전관… 무릎 꿇는 막변 [광화문에서/조동주]
수년 전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 시절 정부종합청사 ‘무감마’를 갔다가 ‘영험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비자를 연장하러 갔다가 족히 3, 4시간은 기다려야 할 듯한 긴 줄의 끝에서 한숨 쉬고 있던 내게 한 남성 직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비자?”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팔을 …
-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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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 시절 정부종합청사 ‘무감마’를 갔다가 ‘영험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비자를 연장하러 갔다가 족히 3, 4시간은 기다려야 할 듯한 긴 줄의 끝에서 한숨 쉬고 있던 내게 한 남성 직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비자?”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팔을 …
의사들이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낄 땐, 병원에 늦게 찾아온 환자를 만날 때다.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마찬가지다. “좀 쉬거나 운동하면 낫는다고 주위에서 말하더라고요.” “정신과에 가면 무조건 약을 줄 건데,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들이 치료 적기를 놓치게 만든다. 모든 …
퇴직 후에 먼저 오는 연락이 줄어든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끊기지 않는 소식이 있었다.그날 아침도 그랬다. 잠도 덜 깬 이른 시각에 느닷없이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역시나 부고 문자였다. 옛 직…
서로 바빠 통 연락 없이 지내던 친구가 도배를 부탁해 오는 일이 종종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볼 겸 도배 작업을 맡아 진행한다. 친구나 지인의 부탁을 받아 일을 하다 보면 단순히 도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조금은 더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한다. …
쉽게 잘 삐치는 아이들이 있다. ‘삐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동 공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삐치면 상대가 미안해하기도 한다. 삐침은 어떤 면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거…
‘해답은 부는 바람 속에 있다.’―밥 딜런의 노래 Blowin’ in the wind 중 노래의 제목이며 후렴으로 반복되는 이 문구는 내가 찾고 있는 답이기도 했다. 기후와 재해를 연구하는 지리학자로서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이 왜 변화를 시작했고 그 결말은 무엇이 될지 항상 질문을 되…
정부가 올해 2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면제하는 등 기존 안에서 여러 인센티브가 추가됐다. 시장에서는 상속세 개편부터 해야 한다, 주주 배당을 높여야 한다 등 코리아 디…
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분홍색 피아노에선 어떤 노래가 나오고 있을까요? 꽃과 나무도 숨죽여 듣는 듯합니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와 140분간 면담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전공의 사태 이후 45일 만에 가진 첫 면담에 대해 정부는 어제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 방침은 유효하…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3배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매출 역시 다섯 분기 만에 70조 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반도체사업 부문이 5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
3일 대만 북동부 화롄현에서 발생한 규모 7.2 지진으로 5일 현재 12명이 사망하고 11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16명은 실종 상태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방출된 에너지가 원자폭탄 32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과 맞먹는 강진인 점을 감안하면 이전 사례에 비해 피해가 적은 편이다. …
“세상이 지옥을 향해 가고 있을 때만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건 괴상한 짓이다.” 작년 11월 99세로 타계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2011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금 투자에 관한 의견을 묻는 주주에게 이렇게 답했다. 수십 년간 워런 …
제79회 식목일인 5일 전국 곳곳에서 약 7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식목일은 1946년 제정됐지만, 유래를 1493년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조선 성종 24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 왕과 관료들이 동대문 밖에서 직접 밭을 일궜다고 한다. 그만큼 4월 초순이 식물을 심고 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우리나라 총수출은 1637억 달러다. 수출 증가율이 지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로 가면 …
입지 논란, 여야 갈등 등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5월 말 경남 사천에 문을 여는 우주항공청의 첫 채용 평균 경쟁률이 16.1 대 1을 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우주항공청 일반임기제 공무원 경력경쟁 채용시험 접수 결과 50명 모집에 807명이 응시했다고 지난달 말…
예쁘게 칠해진 계단을 올라 한 노인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초록 풀내음이 날 것만 같네요. ―부산 흰여울마을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그 이름이 하 맑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면 그 사람은 …
4·10총선 사전투표가 오늘과 내일 이틀간 실시된다. 신분증만 소지하면 별도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 2016년 총선에서 12.2%였던 사전투표율은 2020년 총선에서 26.7%까지 올랐고, 재작년 대선에선 총투표율(77.1%)의 절반에 가까운 36.9%까지 늘었다.…
11월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지원정책 백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배터리 관련 기업 주…
충북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지난달 23일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집단 병원 이탈 이후 이른바 ‘응급실 표류’ 사망 사건은 2월 23일 대전의 80대 여성과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