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이 오래가는 이유[서광원의 자연과 삶]〈81〉
1924년 11월, 미국 시카고 갱단 두목 딘 오배니언이 꽃집에서 총탄 세례를 받았다. 이탈리아 출신 갱들의 소행이었다. 경찰이 도착해 보니, 그는 벌집을 방불케 하는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왼손 근처에는 꽃을 다듬는 가위와 피에 젖은 국화가 놓여 있었다. 꽃집을 방문했다가 불…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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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11월, 미국 시카고 갱단 두목 딘 오배니언이 꽃집에서 총탄 세례를 받았다. 이탈리아 출신 갱들의 소행이었다. 경찰이 도착해 보니, 그는 벌집을 방불케 하는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왼손 근처에는 꽃을 다듬는 가위와 피에 젖은 국화가 놓여 있었다. 꽃집을 방문했다가 불…
전 세계에 해외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비즈니스 활동을 들여다보면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사업 단위에서 개발한 혁신이 기업 전체, 즉 각 지사로 모두 전파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모든 혁신이 회사 전체로 퍼져 나가거나 회사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지역에…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小)소위’ 심사에 들어갔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12월 2일)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예결위 소위원회 심사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자 소위의 소위 격인 소소위를 가동한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 심사가…
정부는 지난달 고용률이 역대 최고,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양호한 고용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는 노인 일자리 확대로 올해 고령층 고용률이 사상 최고인 46%로 올라섰다는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화려한 지표를 한 꺼풀 벗겨보면 취약한 고용시장의…
북한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에 지난주부터 병력과 중화기를 다시 투입하고 감시소를 설치하는 등 복원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무장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북측 경비병도 권총을 차고 근무하기 시작했…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뽑는 데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섰다. 선거를 앞두고 규칙을 바꿨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하려는 것과 똑같은 짓을 했다. 규칙은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30% 반영해온 데서 당원들의 의사를 100% 반영하는 것으로 바꿨다. 당원 …
코로나 팬데믹이 가고 새로운 팬데믹이 시작됐다. 허위 정보의 대유행에 ‘가스라이팅’ 당할까 걱정하다 이젠 진위 구분이 어려워 ‘진짜’가 뭔지 찾아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팬데믹(2020년) 백신(2021년) 가스라이팅(2022년)에…
요새 한국 정치의 ‘핫 피플’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화제성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이준석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주 대구-대전-울산 연쇄 방문에서 보여준 행보는 한동훈 현상이 얼마 못 갈 것이란 기성 정치권의 예상을 비웃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동훈의 총선 파급력…
2011년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복지정책에 대해 오 시장은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앞세워 비양심적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막지 못하면 국가가 흔들린다”고 날을 …
《“이제 LG 트윈스 팬들은 더 이상 ‘1994’가 아니라 ‘2023’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구광모 프로야구 LG 구단주는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일본 오키나와 전통 소주 ‘아와모리’가 든 술잔을 들었다. 이 술은 구본무 LG 초대…
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 이윽고 쥘리에트 비노슈 역의 종군기자 레베카가 나타난다. 갑자기 여성은 온몸에 폭발물을 두르기 시작한다. 그 기도는 자살 폭탄 테러범이 될 준비 의식이었다. 레베카는 이를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저 이 테러범의 비장한 …
나무에서 잘 익은 감이 나무소반 위에서 홍시로 익어 갑니다. 감은 두 번 익는 과일이군요.―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지만, 종종 뚱뚱한 아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는 집단에서 놀림을 받는 대상이 되곤 한다. 악의는 없다고 해도 가벼운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애칭이라는 미명하에 ‘돼지’, ‘뚱보’, ‘뚱땡이’라고 불리기도 해서 마음의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부…
‘온스테이지’가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온스테이지는 네이버 문화재단에서 운영해온 음악 영상 플랫폼이다. 2010년 11월 18일 첫 영상을 공개하고, 올 11월 16일 마지막 영상을 올렸으니 13년간의 긴 여정이었다. 온스테이지의 역할은 말하자면 음악인에게 일종의 명함을 …
원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과거 만신창이가 된 원전 생태계의 회생을 위한 예산, 현재 일감 확보를 위한 원전 수출 예산, 미래 탄소중립을 대비한 혁신형 소형원전 연구개발 예산 모두가 삭감됐다. 원전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짓밟혔다. 이쯤 되면 단순한 에너지 전환 차원의 탈원전…
나이지리아 극작가 월레 소잉카는 세상이 몰랐으면 싶은 아프리카의 의식(儀式)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인간을 사냥해 사고팔던 시절에 있었던 의식이다. 베냉공화국의 우이다에는 ‘망각의 나무’라는 게 있었다. 노예들은 배에 태…
오래된 ‘파출소 현판’ 아래 기이한 무늬. 무언가 했더니 다른 현판 붙어있던 자리에 남은 접착제 자국이었군요. ―서울 중구에서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빌 펄롱은 부모가 아닌 ‘미시즈 윌슨’의 돌봄을 받아 힘겹게 성장했다. 석탄을 파는 그는 지금 직업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풍족한 형편이 아니면서도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뇌한다. 이윽고 어려운 선…
서른일곱에 낳은 늦둥이 딸은 엄마에게 희망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딸이 고3 무렵 조현병을 앓기 시작한 이후 모녀는 깜깜한 우물에 갇힌 듯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입원하면 좋아졌다 퇴원하면 나빠지는 쳇바퀴 돌기가 20년이 넘었다. 병원을 나서는 순간 치료받을 곳도 사회 복귀를 …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이 그제 부산에서 4년 3개월 만에 만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문제를 협의했지만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자”는 원론적 합의 외엔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때면 진행되던 공동 기자회견이나 만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