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지급불능 사태]
네이버-카카오 쇼핑서 노출 중단… 판매업체 줄도산 불안감 확산
티몬 본사 대기 고객 2000명 넘어… 2명 낙상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사측 오후 “환불 어려워”… 아수라장
26일 오전 11시경 티몬 별관이 있는 서울 강남구 JK빌딩에는 환불 신청을 위해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자리가 부족해 일부는 건물 뒤 주차장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직장인 박모 씨(37)는 “전날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티몬 본사에 와서 오늘 오전 1시부터 기다렸다”며 “10시간 넘게 대기했는데 아직도 환불을 못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티몬 본사를 찾아 환불 신청 용지에 자필로 정보를 적고 대기한 고객은 오전에만 2000명을 넘었다. 티몬 측에서 오후 4시경 “오늘은 자금 부족으로 1000명 이상 환불이 어렵다”고 하자 강하게 반발하는 고객들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도 2000여 명은 현장에 남아 있었다. 더운 날씨에 대기하다가 낙상해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 판매자 연쇄 도산 현실화 우려
티몬·위메프 내부에서 회사 정상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돼 정산받지 못하는 다수의 판매자가 생겨날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6만 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셀러들로 이들이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 순환이 막히면 연쇄 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행 업체뿐 아니라 숙박 업종, 전자제품이나 PC 부품을 취급하는 용산 전자상가, 가구와 인테리어 시장도 비상이다.
명품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티몬으로부터 판매 대금 1억4500만 원을 못 받고 있다. 23일까지만 해도 정산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지만 24일부터는 티몬 측과 연락도 되지 않는다. 거래처에 사정해 다음 달 말까지 대금 지급을 미뤘다는 그는 “당장 이달 말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할 상황”이라며 막막해했다.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 영세 판매자들은 선정산 대출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선정산 대출은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위메프·티몬 입점 업체에 나간 선정산 대출 규모는 약 11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영세 판매자뿐 아니라 수십억 원대 규모로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업체 한샘의 미수금은 64억 원, 시몬스침대는 10억 원가량 된다.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은 지난해 4월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 주식 매매 대금 중 1600억 원가량을 숙박·레저 플랫폼 야놀자에 아직 지불하지 않은 상태다.
● 외부에서의 자금 수혈 가능할까
대형 유통사들과 여행사들에 이어 26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상품 노출을 중단하는 등 판매자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다. 판매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큐텐의 지원이나 외부에서의 자금 수혈밖에 없다. 두 회사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77억 원, 위메프는 316억 원으로 합쳐서 6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큐텐의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큐텐의 누적 결손금은 4000억 원대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큐텐의 2대 주주인 미국 몬스터홀딩스가 자금 지원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큐텐을 이끄는 구영배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구 대표는 현재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큐텐이 자금 수혈에 실패해 파산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도미노 피해’를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돈을 빌리던 제2금융권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더 나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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