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 반발 문무일 “32년 넘게 검사생활 하면서…” 눈물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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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6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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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기자간담회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문무일 검찰총장 기자간담회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16일 기자간담회를 연 문무일 검찰총장은 100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말미에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까지 보였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전 9시30분 시작된 간담회는 약 100분 동안 이어졌다. 문 총장은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리에 앉아 1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빠짐없이 답했다.

문 총장은 '가장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프랑스대혁명 원칙을 보면 수사를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결론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착수를 하지 않고, 이건 재판도 마찬가지"라며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못 내리게 하고, 결론을 내리면 착수를 못 하게 하는 게 민주적 원리"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수사는 기본적으로 선한 면이 있지만, 이면에는 평온한 상태에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점이 있다. 그래서 신속·효율보다 적법·신중이 중점이 돼야 한다"며 "송치된 뒤 사후에 이의제기로 문제를 살펴보고 고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소 잃을 것 예상하고 마구간 고치거나 병 발생할 것을 알고 약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과 똑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후약 처방 잘해주면 되지 왜 그렇게 문제 삼냐고 하는데, 당하는 사람 기준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냐"면서 "수사하는 사람 편의를 위해 국민을 노출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은 "현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부 안은 전권적 권능을 확대해놨다"며 "검찰이 전권적 권능을 갖고 일했으니 경찰도 해보자 이런 건 개선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수처 자체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기소독점의 문제, 수사 착수한 사람이 기소 독점하는 건 국민들이 용납 안 하지 않나. 현대 민주국가에서 하고 있는 민주적 원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분리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 직접 관련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권능들이 결합됐을 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말씀드리는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이고, 검찰에서 먼저 말 꺼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 총장은 '너무 늦게 문제를 제기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패스트트랙에 오르기 전까지는 (우리)의견을 안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안이 나온 뒤로 수차례 검찰 의견을 제기했고, 논의가 몇번 열리긴 했지만 중단됐고, 그 상태에서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그래서 이제야 입장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최근 전국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을 제시하며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팩트, 외국제도 등을 예로 들며 주장하지 말라'고 한 데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문 총장은 "장관님이 이메일에서 말씀하신 방법대로 하면 외국 사례도 말하면 안 되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 되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한 줄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렇게 하면 되지 않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문 총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후임 총장, 후배들은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공정 시비에서 벗어나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고 떠났어야 하는데, 부담을 주고 가게 돼서 미안하다. 제가 32년 넘게 검사생활하면서..."라고 말하고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목이메여 말을 다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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