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 잊지 말아야”…지구 반대편 한국서 열린 추모 행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6일 16시 36분


6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 기념식에서 행사 시작에 앞서 묵념으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출처=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기억하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싸우는 것이 희생자에게 빚진 우리의 의무입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홀로코스크 희생자 추모일 기념 행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아우슈비츠 해방 80주년을 맞은 올해,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에서 대사까지 나서 반성과 사과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1940년 폴란드 남부에 지어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약 110만 명이 학살됐다. 다른 수용소까지 포함하면 나치 치하에서 희생된 유대인은 약 600만 명에 이른다. 유엔은 19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있던 유대인들을 해방한 것을 기념해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했다. 이날 전후로 각국에선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위한 추모 행사를 벌이는데, 국내에선 양국 대사관이 중심이 돼 2017년부터 매년 기념일마다 추모행사를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양국 주한 대사를 비롯해 교민 대표 등 내빈 등 총 3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중엔 양국 대사관에서 초청한 국내 고교, 대학생 등도 자리했다. 슈미트 대사는 이날 “저는 홀로코스트가 시작된 나라의 대사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라며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은 독일 정체성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한편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마지막 남은 아우슈비츠 생존자들께서 우리와 함께할 시간이 더 이상 많지 않기에 이는 더욱 중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몇 년 후에는 그들의 경험을 직접 들려줄 살아있는 증인이 사라질 것“이라며 ”그들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도록 우리가 그 책임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양국 대사 발언에 이어 홀로코스트 유대인 희생자 600만 명을 기리기 위해 6개 촛불에 불을 밝히는 점등식이 이어졌다. 이후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사령관의 그림자’를 공동 관람했다.

해당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우슈비츠 사령관 루돌프 프란츠 페르디난트 회스(1901∼1947)의 아들이 아우슈비츠 전범인 아버지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회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내려다보이는 폴란드 남부 오시비엥침의 3층짜리 주택에서 가족과 호화생활을 한 인물이다.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번 추모 행사에서 해당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하며 “이 영화가 과거를 깊이 이해하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공동의 다짐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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