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反문명적인 문명고 겁박
미국의 뛰어난 논객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는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저서 ‘자비를 팔다’에선 심지어 세계인이 추앙하는 테레사 수녀에게 딴죽을 걸었다. 1981년 아이티에 간 테레사 수녀는 독재자 뒤발리에한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기부금을…
- 2017-03-08
- 좋아요 개
- 코멘트 개
미국의 뛰어난 논객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는 대중에게 아부하지 않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저서 ‘자비를 팔다’에선 심지어 세계인이 추앙하는 테레사 수녀에게 딴죽을 걸었다. 1981년 아이티에 간 테레사 수녀는 독재자 뒤발리에한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기부금을…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2005년 작고한 이형기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낙화’의 첫머리다. 청년 시절 시 전문은 모른 채 이 구절만 주워듣고 종종 읊조렸던 기억이 있다. ‘떠날 때가 되면 주저 없이 돌아서겠다’는 다짐은 혈기…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면 여인들이 수레 타고 바깥 외출을 하거나 남성들과 함께 춤추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도 고구려 여인들은 결혼과 재산 상속은 물론이고 공적 생활에서도 별다른 억압과 차별 없이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면서 살았다고 한다. ▷이 땅의 후손들은 그 전통을 제대로 계승…
“제 남편도 만족을 못 시키면서 미국을 만족시키겠다고?” 지난해 4월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자 도널드 트럼프가 비꼬면서 한 말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푸탕(매춘부의 자식)’이라고 욕했다. 일본에선 자민당 마루야마 가즈야 의…
요즘 프랑스에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수입해 오자는 온라인청원운동(obama2017.fr)이 한창이다. 대선 출마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자 오바마를 후보로 내세우자는 것이다.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직후 영국에서도 온라인 공간에서 오바마를 …
“하늘에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총알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무슨 정신으로 기차에서 내려 밭까지 뛰어가 몸을 숨겼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잔 다르크’로 불렸던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의 ‘장강일기(長江日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가족이 탄 열차가 …
최근 상영된 ‘너의 이름은.’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기록을 새로 썼다. 360만 명 넘는 관람객 중에는 너덧 번쯤 본 마니아들이 꽤 있었다. 서로 몸이 바뀌는 남녀 주인공 다키와 미쓰하를 연결해 준 것은 머리띠. 전차에서 다키와 마주친 미쓰하가 황망하게 헤어지면서 오렌지색 머리…
3년 전 한국이 처음으로 유치했던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모두 4명이 필즈상을 받았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은 뛰어난 성과를 낸 40세 이하 수학자를 선정해 4년마다 시상한다. 수상자 4명 중 마리암 미르자하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여러 점에서 이채로웠다. 이란 출…
“당신을 보면 ‘잘생겼다’고 아첨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은 재임 중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돌직구 질문을 받았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관점에서 신(身)에 해당하는 그의 용모가 영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 부장은 “우리 어머니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
6·25전쟁 이전 일이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이 고기 한 근을 사들고 서울 혜화동 사는 김동리를 찾았다. 고기 안주를 기다리다 나오지 않아 정지용이 화장실을 가면서 들여다보니 김동리 아내가 부엌에서 고기를 보고만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 “고기반찬을 먹은 지 …
대선을 앞둔 어느 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서울지검 특수부장과 검사를 비밀리에 만나 재벌 기업 비자금 수사를 지시한다. 평소 관계가 좋지 않은 여당 유력 대선후보의 비자금 창고를 미리 헐어내자는 정치적 계산에서다. 2015년 11월 개봉해 700여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내부자들’…
영어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김영하의 번역과 대조해 읽어본 적이 있다. 소설가 김영하가 굳이 이 책을 번역한 것은 원서의 생동감이 기존 번역에서 다 사라졌다는 아쉬움에서다. 그의 번역에는 원작의 묘사를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잡아낸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영어 해독 능력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독살자는 로마제국 네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가 아닐까. 남편을 독살한 그는 아들을 황제로 만들려는 야망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모두 제거했다. 작은아버지인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결혼하려고 황후를 죽였고, 황제의 친아들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하고 나중엔 클라우디우스마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유명한 얘기다. 6세 때 도끼를 갖고 놀다 아버지가 아끼는 벚꽃나무를 베었다. 누가 그랬느냐는 호통에 어린 워싱턴은 자기가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린이용 ‘워싱턴 전기’마다 빠지지 않는 내용이지만 실은 전기 작가 파슨 윔…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혁명에 참여했다가 스위스로 도망가 부유한 사업가 오토 베젠동크의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그의 부인 마틸데와 사랑에 빠졌다. ‘베젠동크 가곡집’은 마틸데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승화시킨 연가곡이다. 지휘자 한스 뷜로의 부인은 리스트의 딸인 코지마였다. 코지마…
정치부 기자들이 아침 일찍 유력 정치인들 집을 찾아가 취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밥상은 정치인의 아내나 부엌살림을 맡은 아주머니가 차려낸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상도동 집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시래깃국과 찹쌀떡을 아침거리로 내놓으며 먹기 전에 꼭 기도를 드리자 했다고 한다. 원…
“오빠, 어디 가? 잠깐 놀다 가∼.” 1997년 임권택 감독이 제작한 영화 ‘노는 계집 娼’에서 여주인공 신은경은 달콤 야릇한 목소리로 취객을 유혹한다. 홍등가(紅燈街)에 들렀던 사람이면 한 번쯤은 들었을 말이다. 비록 몇몇에 불과했지만 ‘돈독한 우정의 표시’라며 군대 가는 친구…
성경에서 인류 최초의 살해는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형제살해에서 시작된다.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왕권을 다투다 서로가 서로의 칼에 찔려 죽은 얘기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신화에 따르면 고대 로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쌍둥이 형…
1981년 신군부는 민주정의당을 창당하면서 중앙당사를 짓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관훈동 정일학원 자리를 매입했다. 풍수지리가들 사이에 ‘닭벼슬터’로 불리는 명당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김영삼(YS)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뒤 여의도 극동 VIP빌딩으로 당사를 옮…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세론’의 이인제 후보를 꺾은 곳이 광주였다. 이 후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민주당 경선을 좌지우지한다며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음모론을 제기한 이인제는 배후로 박지원 대통령정책특보를 지목했다. 박지원은 당시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