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현상금 걸린 사진작가
동화 속에서 탈출이라도 한 것일까.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노란 호박이 점잖게 좌정해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물방울 문양의 빨간 풍선은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기분도 둥실 떠오르게 한다. 지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쿠사마 야요이 전에 나온 작품들은 보는 순간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
-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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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 탈출이라도 한 것일까.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노란 호박이 점잖게 좌정해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물방울 문양의 빨간 풍선은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기분도 둥실 떠오르게 한다. 지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쿠사마 야요이 전에 나온 작품들은 보는 순간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
캐런 르 비용의 책 ‘프랑스 아이는 편식하지 않는다’를 보면 프랑스 국민은 식습관 교육을 독서 교육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프랑스 엄마들은 “뭘 배웠니?” 대신에 “점심에 뭘 먹었니?”를 묻는다. 걸음마를 뗄 때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교육받은 프랑스 아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민낯 중에는 언론도 있다. 사고 초기 방송은 앞다투어 ‘학생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채널마다 오열하는 유가족 모습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해경이 민간 잠수사 구조를 막고 있다”는 MBN의 홍가혜 인터뷰와 다이빙벨 투입을 촉구한 JTBC …
독일 통일 전 동독에 속했던 라이프치히는 상업과 예술로 유명한 유서 깊은 도시다. 중세 때부터 상품 박람회가 열렸고 바흐, 멘델스존, 바그너, 괴테가 여기서 예술의 꽃을 피웠다. 바흐는 이곳의 성 토마스 교회와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말년의 대작들을 남겼다. 성 니콜라이 교회는 독일 통…
1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웨이크포리스트대 졸업식장. 나이 지긋한 여성이 축하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길고 긴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지난주 직장에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처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돌…
노무현 대통령은 공석에서 자주 울었다. 감정이입을 잘하는 건 좋은데 지도자는 감정과 거리도 둘 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희생자 영결식장에서 눈물을 보였다. 참담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국군통수권자의 위엄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어느 화장실 변기 위에서 ‘남자가 흘…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마리아 안토니에타 칼보라는 여성이 죽었다고 오빠가 사망 신고를 했다. 동생 몫의 유산을 노린 오빠의 음모였다. 얼마 후 마리아는 시청에 찾아가 자신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은 믿어주지 않았다. 법정 투쟁을 벌이려 했지만 변호사도 사건을 맡아…
베트남인들의 국기 사랑은 유별나다.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도처에 국기가 펄럭여 현지인에게 “오늘이 국경일이냐”고 묻게 된다. 관공서와 대형 건물은 물론이고 농촌의 허름한 주택에도 대부분 국기가 걸려 있다. 최근 베트남 북부에서 경험한 ‘3대 풍경’은 끝없이 이어지는 논과 방사한 오리…
토마 피케티라는 40대 프랑스 경제학자가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작년에 펴낸 ‘21세기 자본론’이란 책은 올해 3월 영어로 번역되자마자 25만 권이 팔렸다. 통계수치로 가득한 700쪽(영어판)의 학술서적이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
아시아 취재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미국 저널리스트 로빈 메레디스는 중국을 용에, 인도를 코끼리에 비유한다. ‘마오를 이긴 중국, 간디를 넘은 인도’란 제목으로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저서 원제(原題)도 ‘코끼리와 용’이다. 메레디스는 인도 칼럼니스트의 말을 인용해 “인도는 쿵쿵거리며 앞…
“죽은 사람 시체 빼라고 (미국이) 잠수함 보내줬고요. 하여튼 솔직히 9500억 벌었으니까, …한번 갔다 와라 해가지고 그냥, 한국 왔다는데, 두 대 왔대, 잠수함. 왔는데 걔네는 구조할 일이 없으니까 놀고 있는 거야. 오바마는 우리나라에 오려고 했던 게 아니고… 정말 ‘딜’(협상)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종종 한국 관련 광고가 실린다. 대기업 광고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인 독자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의견광고도 적지 않다. NYT는 미국인 중에서도 지식인과 정책결정자 등 오피니언 리더가 읽는 세계적인 권위지여서 홍보 효과는 미국 국경을 넘어선다. 일본 정부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는 유족보상금 중 1억 원을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써달라며 국가에 기부했다. 윤 씨의 방위성금 헌납에 감동한 경기도의 중소기업 임직원들이 보낸 830만 원도 제2함대에 전달했다. 아들의 모교인 충남 부여고 교…
간선제로 처음 치러지는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오세정 성낙인 강태진 교수가 최종 후보로 압축되면서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외부인사가 포함된 이사회는 6월 중 이들 가운데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도가 위헌이라는 서울대 일부 구성…
나이지리아에서 한 여학교의 10대 여학생 276명이 지난달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보코하람’에 집단 납치됐다. 보코하람의 두목 셰카우가 인터넷으로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학교가 서구화 교육을 한다는 게 납치 이유다. 그는 여학생들을 강제로 결혼시키기 위해 시장에 내다 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 1980년대 중반 이런 제목의 기업 광고가 꽁보리밥 도시락 사진과 함께 신문에 실렸다. 누구나 먹고살기 팍팍하던 시절 선생님은 어김없이 도시락을 두 개 가져와 하나를 학생 몫으로 건네주었다. 때때로 선생님은 “속이 불편하다”며 두 개 모두 학생들에게 주는 …
중국은 올해 구매력 기준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신화통신 인터넷판인 신화왕(新華網)은 ‘학계에서도 구매력 평가 비교방식을 놓고 논란이 있다’면서 ‘실속 없이 헛살만 찐 것을 두고 득의양양하면 개혁발전 방향에 긍정적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
슬픔 속에서도 시간은 간다. 계절이 갈마드는 산천에 봄이 홀로 농익어 가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한꺼번에 피었던 개나리 목련 벚꽃이 진 자리를 철쭉 영산홍 라일락이 채웠다. 나무는 연둣빛 움을 틔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녹색 잎으로 성장(盛裝)을 서두른다. 꽃과 신록, 눈부신 햇빛이 어…
노태우 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 도널드 그레그는 한국인 지인들에게 특정인을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하며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칭찬하곤 했다. 주한 미대사가 “언제든지 한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시대였으니 권력층 동향에 밝은 것도 사실이었다. 내정 간섭이라는 비난을 …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국 국립공원에서 10여 년 동안 조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관찰된 새는 ‘붉은머리오목눈이’였다. 다음으로는 참새 박새 직박구리 등의 순이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한국에서 가장 흔한 새로 확인된 것이다. 이름처럼 머리가 불그레하고 눈이 약간 오목하다. 참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