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에서는 탈 만하지만 산악구간에서는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껴요. 3년 정도는 이 대회에서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이세요. 5년 이상 아니 10년은 더 완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웬만한 사람들은 아버지를 못 따라 가는걸요."
사이클 동호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투르 드 코리아(TDK) 2016 스페셜대회' 마스터즈 로드 바이크 최강전에는 유일한 부자(父子) 출전자가 있다.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4)와 김정우 씨(22·대학생)다. 김 씨 부자는 대회가 개막한 15일부터 사흘 동안 경남 거창, 산청, 함양군 일대를 함께 달렸다. 대회 최고령 출전자인 아버지는 3개 구간을 모두 완주하며 종합 28위를 했다. 지난해 사이클에 입문한 아들은 사이클 고장 등으로 1, 3구간은 완주하지 못했지만 2구간에서는 150여 명의 선수 중 30위를 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 대표는 한국 최고의 사이클 선수였다. 1981년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동아사이클대회에서 최우수신인상을 받았고, 1982년과 1984년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2007년 출범한 TDK 스페셜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0회 연속 출전했다. 원년 우승의 영광도 그의 차지였다. 아들 정우 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아버지가 대단한 선수였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우가 공부를 잘 해 사이클을 하게 할 생각은 안 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 아직 초보지만 타는 걸 보니 나보다 나았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 개인종합 우승은 3구간 합계 317km를 8시간59분13초에 달린 이형모 씨(37·팀 위아위스 세븐힐즈)가 차지했다. 이 씨는 고(故) 박영석 대장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전문 산악인 출신이다. 2009년 취미 삼아 타기 시작한 사이클에 매력을 느껴 2010년부터 TDK 스페셜에 참가했고, 2012년에는 개인종합 2위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 스프린트 1위, 산악구간 2위 등 모든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며 '사이클 최고수'로 우뚝 선 이 씨는 "4번째 도전 만에 우승을 해 너무 기쁘다. 회사(RPM스포츠·자전거 수입·판매업체) 등 주위에서 배려를 많이 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기용 TDK 스페셜 대회운영국장(국민체육진흥공단)은 "거창, 산청, 함양군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해 주셔서 무사히 대회를 마쳤다. 내년 TDK 스페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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