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릴 정도로 인권유린이 자행됐으나 관련자의 특수감금 혐의엔 무죄가 확정됐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30여년 만에 대법원에서 다시 다뤄진다.
다만 대법원에서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고 최종 판단해 원 판결을 깨더라도, 피고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진 않는다.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셈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소송 확정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불복신청을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검찰은 “위헌인 내무부 훈령이 적법 유효함을 직접적 근거로 삼아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확정판결은 심판의 법령위반이 있는 경우로 비상상고 대상”이라고 밝혔다.
‘추상적으로 규정된 부랑인을 임의로 단속할 수 있게 하고 수용인들의 동의나 수용기한을 정함이 없이 수용시설에 유치하도록 한’ 당시 내무부 훈령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이를 근거로 선고한 무죄판결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 명분으로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훈령 410호(1987년 폐지)에 따라 1975~1987년 운영돼 장애인, 고아 등 3000여명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강제노역과 학대 등을 일삼았단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공식집계로만 이 기간 51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989년 정부훈령에 따른 수용은 정당행위라며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박씨는 2016년 사망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와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차례로 박씨에 대한 당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상상고를 할 것을 권고했고, 문 총장은 이를 수용해 비상상고 이유를 적은 신청서를 이날 대법원에 제출했다. 비상상고는 신청기간에 제한이 없고 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했을 때도 허용된다.
비상상고는 재심과는 차이가 있다. 재심은 통상 유죄판결에서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거나 적용된 법이 위헌일 때 청구하는데, 피고인에게 재심이 불이익하다면 청구할 수 없다. 때문에 대법원에서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박씨에 대해서도 재심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비상상고는 유·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 등 모두가 대상이 된다.
비상상고는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통상의 절차에 따라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접수한 뒤 소부에 배당해 공판 절차를 밟는다. 공판기일이 열리면 검사가 신청서에 의해 진술해야 한다. 대법원은 신청서에 포함된 이유에 한해 조사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린다.
비상상고가 이유 없다고 인정된 때는 기각 판결한다. 반대로 문 총장이 신청한 내용처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과거 판결에 법령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원 판결을 파기할 수 있으며, 그 효력이 박씨에게 미치진 않는다.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 사건의 원심판결이 유죄판결 등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만 2심 재판을 다시 하도록 하고, 그 외에는 비상상고 판결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원 판결이 파기되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검찰은 2004년에도 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 및 보호감호 선고를 받은 A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제기해 보호감호에 해당하는 부분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A씨는 이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1억원을 지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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