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K-조선‘에 수출금융 15조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7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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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11년 만에 중형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약 1조 원 규모로 발급한다. 수주에 성공하고도 금융 보증을 받지 못해 일감을 놓쳐 온 중형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대형 조선사에도 올해 14조 원 한도의 RG를 발금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2013년 이후 조선업 침체로 인해 대규모의 RG 손실을 경험했던 5대 은행이 시장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이날 신한은행은 대한조선이 벨기에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1척(수주액 8700만 달러)에 대한 1호 RG를 발급했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경우 발주처에서 이미 받은 선수금(건조 대금의 약 40%)을 금융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약속이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선지급금을 떼일 것을 우려해 조선사가 RG를 받아와야만 계약을 체결해준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조선사는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구조다.

5대 은행과 경남, 광주, 부산 등 3개 지방은행은 중형사들이 이미 수주한 선박 9척에 대한 RG를 총 2억7000만 달러 규모로 지원한다. KDB산업은행도 중형사가 이미 수주한 선박들에 대해 2억6000만 달러, 향후 수주 계약 건에 대해서도 1억6000만 달러의 RG를 각각 발급할 예정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중형 조선사 RG에 대한 특례보증 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확대해 은행의 보증 부담을 기존 15%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이미 4년 치 일감을 확보한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 대형사들에 대해서는 5대 은행과 3개 국책은행(산은,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이 101억 달러(약 14조 원)의 신규 RG 한도를 부여했다. 최근 고가 선박 수주의 호황으로 기존 RG 한도가 거의 소진된 대형사들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이번 협약으로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약 9500억원 규모의 RG 발급에 대형 조선사까지 총 15조원 규모의 K조선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국내 조선 산업은 대형사 중심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대량 수주하고, 4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수출도 올해 1∼5월 104억 달러(약 14조3600억 원)로 전년 대비 57% 증가한 상황이다. 이 같은 ‘수주 호황’에 따라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계약에 필수적인 RG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중단됐던 시중은행들의 중형 조선사 RG 발급이 재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조선사의 금융애로가 없도록 지원하고,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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