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지위 회복은 시대적 과제”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7월 18일 16시 27분


코멘트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인터뷰

“최근 전세사기나 기획부동산 등이 판을 치며 국민 재산 피해를 가중시켜왔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단일협회 법정단체’ 지위 회복을 통해 더욱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이상거래를 감시해야 합니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사진)이 협회의 단일협회 법정단체 지위 회복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섰다. 시장 내 불법세력 척결을 위해 부동산 중개업 관련 정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또 중개업 육성 정책 및 중개업 상생발전을 위한 구조적인 지원 정책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8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일부 재산 피해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공인중개업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올해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중개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 상황에서 지난 5월 공인중개사 신규 창업은 889건에 불과했다.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치다. 거래 비중이 높았던 2017년(1만40건)과 비교하면 52%나 줄었다. 휴폐업률도 높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1만5824명이 폐업해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2019년 이래 가장 많은 폐업률이다. 지역에 따라 거래량이 평년 대비 반토막난 지역도 있다. 매매, 임대 모두 거래량이 줄어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과 비교해 사실상 수입이 50~70% 정도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자는 13만4000여명에 달했다. 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지만 중개업 위기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인원이 몰렸다. 이 회장은 “제1회부터 지난해 제34회 시험을 통해 배출된 자격증 취득자는 총53만6500명”이라며 “2023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약 2936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54.7명당 1명이 공인중개사인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6월말 현재 실제 개업공인중개사는 자격증 소지자의 21%인 11만3700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과잉공급은 한정된 부동산중개시장 내에서 중개건수와 수입 감소로 이어져 서비스의 질이 약화되거나,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왜곡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합격자수에 비해 실제 개업하는 공인중개사 비율이 낮아 시험준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도 불거진다. 이 회장은 “상대평가제 도입 또는 선발인원 예고제 등 실효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과정에 일정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공론은 이미 시장 내에 확산돼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 교육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는 중개사 자격증 소지자가 64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내년 1월 시행을 준비 중이다. 현업에 진입하기 전에 전문가적 소양과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은 물론, 사고예방 등 실무중심의 교육이 폭넓게 진행된다.

이종혁 회장은 “40년전인 1985년 1회 자격자가 장롱면허 상태 무경험자라 하더라도 현 제도하에서는 32시간 이내 교육만 받으면 개업이 가능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며 “부동산중개처럼 관련 제도가 수시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직역도 없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국민재산을 다루는 전문가적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수습제도를 최소 2~3년 거쳐야 개업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개설하는 경우도 많아 개업 1~5년차 공인중개사들의 사고율 비중이 가장 높았다”며 “새로 도입되는 철저하고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통해 거래사고예방은 물론 국민재산권 보호에도 큰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도로 협회에서는 민간자격사 교육제도도 운영 중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업무영역을 넓히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목적으로 ▲부동산권리분석사 ▲부동산분양컨설턴트 ▲부동산임대관리사 ▲부동산가치분석사 ▲풍수상담사 ▲주거용부동산분석사 ▲상업용부동산분석사 ▲토지개발분석사 등 8개의 민간자격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이 회장은 “부동산 시장질서 훼손 문제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전문성 유무는 국민 신뢰 회복과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게임 체인저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일협회 법정단체 지위 회복을 협회의 숙원 과제로 꼽았다. 그는 “협회는 회원들만의 권익을 도모하는 이익단체가 아닌 국민 주거안정과 재산보호에 가치를 두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거래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아직까지도 우리 시장에 자리잡지 못하고, 국가가 전문자격사 제도를 만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등록, 컨설팅, 기획부동산이 판을 치며 국민의 재산피해를 가중시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거래의 약 37~40%는 무등록컨설팅업자, 기획부동산 등 무자격자를 통한 이상거래로 부동산 사건사고가 빈발해왔다”며 “협회는 단순한 직능단체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기에 단일법정단체 협회를 통해 더욱 체계적이며 선제적으로 이상거래와 시장 감시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지역 행정관청 부동산중개업 담당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부동산 관련 상설 감시 기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활개치고 있는 전세사기범, 불법 투기세력을 제대로 예방하고 감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회장은 “협회는 전국 개업중개사 11만4000명 중 11만1000명이 가입해 있다”며 “협회는 불법 중개 세력을 찾아낼 수 있는 전국 19개 시.도회와 256개 모든 지회에 지역 회원들로 구성된, 바로 가동가능한 지도단속위원회를 이미 구축해 놓았다”고 말했다. 또 “협회에 일정 정도 권한과 책임을 주면 된다”며 “법정단체 협회의 시장감시, 관리감독 기능을 통해 부동산시장 윤리가 바로 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협회의 야심작인 ‘부동산가격지수’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부동산가격지수가 활성화되면 오는 12월부터는 KB시세가 아닌 일명 ‘KAR 시세’를 통해 아파트뿐만 아니라 모든 부동산 매매와 전월세 가격 검색이 가능해진다. 이종혁 회장은 “한국부동산원이나 KB국민은행 보다 1~3개월 정도 신속하고, 실제 계약서를 근거로 수집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뢰도 또한 높다”며 “지난해 7월 개발을 시작해 현재 계약서 2500만 건, 기타 확인설명서를 포함한 약 5000만 건의 DB 작업을 마치고 현재 안정화 작업과 테스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부동산 유형별·지역별 가격과 거래량 변화, 매수·매도인의 연령별 거래 추이와 선호 지역, 개인·법인과 내국인·외국인의 거래 유형 등 분석이 가능하다”며 “부동산시장에서 아직 발표되지 않는 상업업무시설의 지역별 임대료와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시장의 신뢰성 있는 정보를 빠르고 다양하게 전달함으로써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협회의 공공의 역할 수행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협회는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정부 정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부동산시장내 문제 해결의 답은 바로 ‘공인중개사’에 있다”며 “지난 38년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일선에서 국민 주거권을 지켜온 협회는 앞으로도 공인중개사라는 직역이 안전한 부동산거래를 유도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자격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부단히 변화하며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