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 아들 위해 재단 연 ‘아일랜드 국민배우’ 콜린 패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8일 16시 00분


배우 콜린 패럴과 엔젤만 증후군을 가진 아들 제임스. 콜린 패럴 제공


“저는 세상이 제 아들 같은 이들에게 조금만 더 친절해졌으면 해요. 그 바람뿐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와 ‘킬러들의 도시’(2008년), ‘토탈 리콜’(2012년) 등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국민배우’ 콜린 패럴(48)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출범했다. 신경계 희귀 유전 질환인 ‘엔젤만 증후군’을 가진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가족들을 도우려는 취지다.

패럴은 7일(현지 시간) 미국 피플지 인터뷰에서 성인이 된 아들 제임스의 모습을 공개했다. 패럴이 엔젤만 증후군을 가진 아들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자세하게 밝힌 건 처음이다. 피플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제임스는 운동복 차림으로 잔디밭에 앉아 간병인과 공놀이를 하고 있다. 손과 다리,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공을 잡는 천진난만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임스가 가진 ‘엔젤만 증후군’은 15번 염색체 일부가 손상돼 생기는 유전 질환이다. 지적 장애와 발달 장애, 발화 장애, 운동 장애 등을 동반한다. 늘 웃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이가고 한다.

제임스는 2003년 태어나 올해로 21살. 패럴은 제임스가 태어난 이듬해 아이리시 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제게 궁극적인 성공이란 아버지로서 아들 곁에 있는 것”이라며 “제임스의 삶에 영원히 항상 함께 있겠다”며 지극한 부성애를 드러냈다. 2008년에는 제임스가 유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제임스는 행복하고 완벽한 아이다. 아이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행운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속 배우 콜린 패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속 배우 콜린 패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패럴은 이번 피플지 인터뷰에서 “세상이 제임스 같은 이들을 조금 더 존중해주었으면 한다”고 아들의 상태를 대중에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재단을 통해서 특히 성인이 된 지적 장애인의 가족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럴은 “지적 장애인들은 성인이 되면 홀로 남는다. 모든 보호 시스템과 특수 교육 수업들이 사라지면서 사회에서 살아나가야 할, 그렇지만 뒤처진 젊은 성인으로 남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의 재단은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지적 장애가 있는 성인과 그 가족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럴은 아들의 상황을 공개하는데 20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는 “제임스가 그걸 원할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적 장애인들과 연 캠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배우 콜린 패럴(윗줄 왼쪽 세번째). 콜린 패럴 재단 홈페이지
지적 장애인들과 연 캠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배우 콜린 패럴(윗줄 왼쪽 세번째). 콜린 패럴 재단 홈페이지

“저는 제임스와 대화를 하긴 하지만, 제임스가 이 상황을 편안하게 여길지 아닐지 대답을 들을 순 없어요. 저는 오직 제 아들이 어떤 청년인지 그의 영혼과 그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짐작할 뿐이죠. 가족을 공개하는 건 제게 편안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 다른 가족을 도울 수 있다면 제임스는 이렇게 말할거라고 확신해요. ‘아빠, 왜 나한테 그래도 되는지 묻는 거야? 생각할 필요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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