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를 수상한 ‘미국 Z세대 아이콘’인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21)의 첫 내한 공연은 자신의 수식어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펑크 팝으로 열띤 에너지를 드러낸 로드리고는 팝스타이자 록스타였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20일 오후 8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 ‘거츠 월드 투어’(GUTS World Tour)를 열고 110분간 공연을 펼쳤다. 그는 21일 공연까지 이틀간 총 1만5000명의 관객과 호흡한다.
10대 초 배우로 활동하며 먼저 이름을 알린 로드리고는 2021년 첫 싱글 ‘드라이버스 라이센스’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라 8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1집 ‘사워’는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라 5주간 1위를 기록했다. 이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신인’을 비롯해 3개 부문 수상, 빌보드 뮤직 어워즈 7관왕,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올해의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선보인 ‘뱀파이어’ 또한 발매 첫 주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고, 정규 2집 ‘거츠’ 역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로드리고는 이날 세계적 히트곡 ‘드라이버스 라이센스’ ‘굿 포 유’ ‘뱀파이어’ 등을 비롯해 1집 ‘사워’와 2집 ‘거츠’ 수록곡을 총망라한 세트리스트를 선사했다. 앙코르를 포함해 총 23곡을 선보인 그는 공연장 곳곳을 종횡무진했다.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이었다. 로드리고는 ‘배드 아이디어 라이트?’ ‘발라드 오브 어 홈스쿨드 걸’ ‘브루탈’ ‘올-아메리칸 비치’ 등으로 강렬한 밴드 사운드로 ‘록 스피릿’을 보여줬다가, 이내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로 ‘트레이터’ ‘해피어’ ‘페이보릿 크라임’ 등을 열창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여기에 댄서들과 함께 ‘프리티 이즌트 프리티’ ‘러브 이즈 앰버래싱’ 등을 부르며 댄스 퍼포먼스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도 탄탄한 라이브 실력과 공연장을 꽉 채우는 성량은 단연 돋보였다. 무대를 뛰어다니고, 무릎을 꿇거나 누울지라도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Z세대 팝스타’라는 수식어엔 실력이 밑바탕이 된 것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 로드리고는 지난 17일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엔 처음인데 행복하다”며 “정말 쿨한 나라다, ‘김치’를 많이 먹었고, 올리브영에서 엄청 많이 샀고 ‘감사합니다’를 배웠다”며 친근한 일화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앙코르 무대엔 ‘서울 아메리칸(SEOUL AMERICAN)’이란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등장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로드리고는 ‘Z세대’답게 실력은 물론, 무대를 휘어잡는 넘치는 끼와 다정한 팬서비스로 중무장해 한국 팬들의 마음을 다시금 흔들게 하기도 했다.
초승달 세트에 앉아 공중에 뜬 로드리고는 스탠딩 구역뿐만 아니라 좌석 구역인 2, 3층 관객들을 향해 연신 “헬로, 하이”를 외치며 손인사를 했다. 또 무대 중간중간 팬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며 생일이라는 팬에 축하 인사를 전하고, 한 팬의 휴대폰을 받아 셀카를 함께 찍었다.
로드리고 상징색인 연보라 의상을 입은 채, 폭우를 뚫고 온 수많은 팬은 로드리고의 곡을 ‘떼창’하며 열렬한 팬심을 드러냈다. 로드리고가 “전부 다 일어나서 뛰고 소리치자”고 하자, 좌석에 앉은 팬들도 일제히 일어나 공연 내내 함께 몸을 흔들며 공연을 열정적으로 즐겼다. 이에 로드리고는 앙코르까지 마친 뒤 무대 밑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얼굴을 비추며 “정말 최고였다, 사랑한다”고 외쳤다.
이날 공연은 공연장 전체를 활용한 무대 세트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북미 공연과 동일 규모의 프로덕션으로 진행된 가운데, 투어의 상징적인 무대인 객석 사이로 떠오르는 달과 별 세트를 한국에서도 똑같이 선보여 환호를 얻었다. 여성 밴드 멤버와 여성 안무팀도 로드리고와 호흡을 맞추며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로드리고는 이번 내한 공연 수익금 일부를 한국여성재단에 기부한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한국여성재단을 소개했다. 꾸준히 여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만큼, 첫 내한으로 나눔을 실천해 그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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